타운내 한 주산학원에서 어린이가 열심히 주판알을 퉁기고 있다.
타운내 애프터스쿨 20여명 공부
계산기 던지고 산수문제 척척
60∼80년대 한국에서 학교를 다닌 중장년층이라면 주산식 암산으로 수천·수만 자리의 계산을 척척 해내던 친구를 한 두 명 정도 떠올리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돈’ 만지는 사람들의 필수품으로 우리 생활에 밀접하게 자리잡고 있던 주판이 계산기와 컴퓨터가 등장하면서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그러던 주산이 요즘 부활을 꾀하고 있다.
10월21일 오후, 주산을 가르치는 타운 내 한 보습학원. 초등학교 3∼4학년 정도 되는 학생 예닐곱 명이 주판알을 이리저리 퉁기며 세 자릿수 덧셈과 뺄셈을 배우고 있다. 연필이 아닌 주판을 들고 계산을 하는 학생들의 눈빛에 호기심이 가득하다.
미국식 산수 교육을 받아 손가락과 계산기가 없으면 계산을 하는 게 어려운 학생들에게 주판(abacus)은 요술상자와 같다. 머릿속에 ‘아바커스’만 그려 놓으면 산수 문제를 연필 없이도 척척 풀 수 있기 때문이다.
2주전 주산을 시작한 크리스틴도 그런 학생 중 한 명이다. 학원에 오자마자 원장 선생님에게 “아바커스 언제해요?”라고 묻는 크리스틴 이(커먼웰스 초등학교 4학년)양은 “재미있다”는 한마디로 주산의 매력을 설명한다.
“원래는 산수가 별로 였는데, 아바쿠스를 배우면서 머리로도 계산을 할 수 있게 됐거든요”
같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 윌리엄 전군도 “재미있는 산수가 더 재미있어졌어요”라며 “이제는 빨리 곱하기를 배우고 싶어요”라며 한마디 거둔다.
지난 6월 첫 주산 수업을 시작한 이 학원에서는 현재 20여명의 학생이 주산을 배우고 있다. 주산이 생소해 반신반의하는 젊은 부모도 적지 않지만, 두뇌개발과 집중력 향상에 좋다는 소문 때문에 부모들의 문의가 꾸준히 늘고 있다.
업랜드에 살고 있는 원선의씨는 2학년 짜리 아들 현우에게 주산을 가르치기 위해 일주일에 한번씩 LA에 온다. 중학교 때 주산을 배웠던 원씨는 집중력도 좋아지고 일상생활에 적용할 수 있어 2년 정도 가르칠 생각이다. “미국 수학은 생활에 활용하는데 어려움이 많아요”라는 원씨는 주산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다른 학원에는 안 보내고 있다.
주산 열풍은 2003년 한국에서 시작됐다. 한 교육회사가 시작한 주산 프랜차이즈에는 2년만에 1,740여 학원이 가입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가 30일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개최한 전국 주산식 암산대회는 1만여 명이 참석하는 성황을 이뤘다.
짧은 시일에 급성장 할 수 있었던 것은 손가락을 움직이기 때문에 어린이들의 두뇌계발과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주산식 암산이 수학 연산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다는 홍보전략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이 회사 미서부지역본부 제니퍼 최 본부장도 같은 생각이다. 그는 “암산을 하는 동안 우뇌가 계발돼 집중력이 향상된다”며 “사우스베이 지역 일본 커뮤니티에서 주산교육이 일반화 돼 있다”고 말했다.
<이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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