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카 컬프는 자신이 원하지 않는 상황에 처했다. 도저히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일리노이 어바나에 있는 포도원 교회의 식품창고 앞에 늘어선 줄에 자신이 서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가슴이 미어지는 고통을 느꼈다. 주간지 ‘퍼레이드’(Parade)가 최근 제시카의 스토리를 소개했다.
식품값 앙등 소득은 제자리 ‘먹거리 부족’ 아동 4년 연속 증가
2003-2004년 소득 2.8% 줄어든 미 중서부 빈곤층 두드러져
이혼 뒤 두 아들 양육 어려워 구호식품에 의존한 20대 여성
“열심히 일해도 빈곤의 굴레 못 벗는 현실, 남의 일 아니다”
재혼 뒤 먹구름 걷히자 힘든 시절 잊지 않고 이웃 돌보기 혼신
제시카는 풀타임 웨이트리스로 일했다. 이혼한 뒤 대학에 다시 들어가 미처 마치지 못한 공부를 끝냈다. 이렇게 성실하고 열심히 사는 제시카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생활고에 찌들어야 하는가. 왜 두 아들 리키(9)와 스카이라(6)를 충분히 먹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는가.
제시카는 식품을 얻어먹으려고 줄을 서 있는 사람 약 25명을 유심히 보았다. 자세히 보고 속사정을 들어보니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제시카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제시카는 “남들은 구호식품을 타먹는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나를 포함해 이 곳에 줄 서 있는 사람들을 보니 그렇지 않았다. 경제 여건이 좋았다가는 나빠지는 일이 반복되면서 누구에게든 얼마든지 생길 수 있는 일이다”고 했다.
부자 나라인 미국에서도 배를 주리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다. 2004년 현재 음식을 충분히 구하지 못해 배고픔을 참아야 하는 어린이들이 4년 연속 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1,390만 명이나 된다고 한다. 꼭 굶는 것은 아닐지라도 가정 형편 상 제 때 적절한 음식을 공급받지 못하는 어린이들이다.
이러한 현상은 미 중서부 지역 가정에서 가장 현저하게 나타났다. 많은 가정이 끼니를 이어가는 데 버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전국적인 현상이지만 특히 중서부에서 두드러진다는 지적이다. 연방센서스 자료에 따르면 생필품 값은 가파르게 증가한 반면, 2003-2004년 가계 소득은 2.8% 감소했으니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가정이 늘어난 것은 당연한 결과이다.
동네 ‘레드 랍스터’에서 일한 제시카는 아이들을 잘 키우고 배불리 먹이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아무 것도 보장할 수 없었다. 가난한 가정으로 전락하게 할 뿐이었다. 제시카는 봉급을 받아 유틸리티, 의료, 학자금 융자 등에 지출한다. 그리고 트레일러에 렌트 280달러를 낸다. 아이들을 위해 충분한 식품을 살 돈이 남지 않는다.
제시카는 전 남편으로부터 자녀양육비 명목으로 매달 92달러를 받는다.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자녀양육비를 받기 때문에 연방정부의 재정지원 프로그램에서는 아무런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궁여지책으로 제시카는 포도원 교회의 식품창고 앞에 줄을 섰다. 슬프고 창피했지만 대안이 없었다.
다음 주에도 제시카는 이 구호식품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점점 그녀의 가정에 드리운 먹구름이 걷히는 것을 감지했다. 구호식품을 타던 바로 이 교회에서 예배를 보다가 알게 된 아담이라는 남성과 결혼을 약속한 것이다. 제시카에겐 그야말로 ‘백마 탄 왕자’였다.
제시카는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그러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잊지 않았다. 제시카는 일리노이 동부지역에서 이들 빈곤층 이웃들을 도울 수 있는 일자리를 구하려고 나섰다. 그리고 발견했다. 동부 일리노이 푸드뱅크의 개발 디렉터로 일하게 됐다. 이 푸드뱅크는 지역 내 어린이 보호센터 등 180개 기관에 연간 450만 파운드의 식품을 제공한다. 이로 인해 2만5,000명이 혜택을 보고 있다.
일리노이 로스빌의 제니스 드위트 목사는 2005년 제시카의 도움으로 ‘모닝 스타 식품보급소’를 오픈할 수 있었다. 로스빌은 옥수수 곡창지대로 명성이 있었으나 최대 옥수수 가공 공장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된서리를 맞았다.
2004년 2월 화재로 이 동네 스몰비즈니스 30개 가운데 19개가 전소됐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면서 주민도 1,200명으로 줄었다. 지금 모닝 스타 식품보급소가 950명 정도를 먹여 살리고 있다.
드위트 목사는 “우리는 어려울 때 로스빌에 도움을 청했는데 이제 로스빌 주민들이 어려워지자 제시카가 도움을 주고 있다”며 기뻐했다. 지난달부터 제시카는 어바나의 ‘커닝햄 어린이 집’에서도 일하고 있다. 음식을 나눠주고 셸터를 돌본다. 제시카는 특히 부모가 없는 어린이들을 돌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제시카는 “아무리 생활이 어렵고 고달파도 이웃에게 줄 무엇인가를 갖고 있다. 누구나 그렇다. 열쇠는 바로 이웃을 도우려는 노력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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