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끊기 모임 20년출석‘새삶’
한국 유명치대 출신 인텔리
이웃과 화투놀이가 수렁의 시작
마카오·미국서도 거액 탕진
“남편·딸 도움 없었다면 아직도…
경각심 주려 부끄러운 과거 공개”
“도박중독은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까지도 파멸로 몰고 가는 무서운 병입니다.”
20년간 도박에 빠져 한국, 마카오, 미국을 오가며 20억원이 넘는 거액을 탕진하고 절망에 늪에 빠졌던 한인 여성이 단도박 모임(이하 GA, Gamblers Anonymous)을 통해 새 삶을 찾아 도박중독자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올해 76세를 맞이한 엘리자베스 배씨(사진)는 “개인적으로 부끄러운 과거지만 내 생애를 통해 도박의 무서움을 알리고 어려움에 처한 도박 중독자들이 새 출발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나의 과거를 밝힐 수 있다”며 인터뷰를 흔쾌히 승낙했다.
그는 1950년 한국의 유명대학 치대를 졸업했을 정도로 인텔리 여성이었다. 휴전 후 뉴욕으로 유학와 전문의 과정을 마치고 한국서 치과를 개업할 때까지만 하더라도 배씨의 미래는 장밋빛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1967년 결혼 이후 남편이 사기를 당해 형편이 어려워지자 배씨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웃들과 내기 화투를 치기 시작했고 이것은 도박중독의 서막이었다.
배씨와 함께 화투를 치던 여성들은 ‘재미있는 곳이 있다’며 배씨를 워커힐 카지노로 데려갔다. 난생 처음 해보는 카지노 도박이었지만 영리한 배씨는 금새 룰을 익혀 많은 돈을 딸 수 있었다.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번듯한 치과병원장인 배씨는 카지노에 출입한지 얼마 되지 않아 유명 인사와 포커게임을 할 정도가 됐다.
하지만 2년여간의 카지노 출입으로 운영하던 병원과 남편의 사업자금은 물론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날아갔다. 아파트까지 날리자 친정어머니는 “딸을 데리고 죽어라”고 할 정도였고, 우울증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자살을 생각했다.
도박중독의 폐해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박을 끊고 남편의 사업을 돕기 위해 1969년 딸과 함께 홍콩으로 건너간 배씨는 인근 마카오로 원정 도박여행을 가는 등 도박중독증은 끈질기게 그를 괴롭혔다. 1979년 LA에 사는 여동생을 만나러 미국에 왔다 글렌데일에서 중고 자동차 매매업을 시작한 그는 라스베가스에서 중고 자동차 매매대금 3만여달러를 단 한 게임에 날리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행경비원이 전해 준 단도박 모임 안내장을 받고 첫 모임에 출석한 1986년 8월5일, 그는 새로운 희망을 갖기 시작했다.
배씨는 “그 날 이후 매주 교회에 나가는 심정으로 GA 모임에 20년간 매주 나가고 있다”며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도와준 남편과 딸이 있어 도박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도박을 끊는다는 것은 목숨을 끊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하고 “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가족이 받는 고통을 생각한다면 끊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가족의 역할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요즘 배씨는 매주 화요일 애나하임 GA 모임에 나가 도박중독에 빠진 한인들을 돕고 있다. 그는 “나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단 한 명이더라도 끝까지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인 GA 모임 문의 (714)879-1419
<심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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