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전통의 시골마을 아칸소주 벤톤빌
새로 입성한 월마트·관련업체 유대인 직원 유입
1년 전 자체 교회당 마련, 종교·문화 전파 열 올려
지역 라디오 방송 인기 DJ 통해 아들 성년식 홍보
시장실에 로비해 시청광장에 유대제식용 촛대 설치
지역교육구, 학부모 모임 스케줄도 유대인 휴일 고려
아칸소주 북서부 벤톤카운티 주민들은 신심이 두터운 크리스천들이다. 침례교도 39명, 연합감리교도 27명, Assembly of God 교도 20명 등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이 지역 병원은 모임 전에 항상 신약성서를 읽는다. 도서관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멋들어지게 돼 있다.
그런데 월마트가 들어섰다. 월마트 직원들이나 관련 업체 직원들이 속속 이주해 왔다. 그런데 이들 직원 가운데 유대인들이 적지 않게 포함돼 있다. 이들 유대인들은 종교적 중립을 강조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 뿐 아니라 벤톤카운티에서도 같은 입장이다.
일례로 이들은 지역 학교 교장들에게 ‘크리스마스 방학’이라는 표현 대신 대다수 지역에서 하듯이 ‘겨울방학’이란 말을 사용하자고 주장했다. 유대인들은 또 시장실에 압력을 넣어 시청 광장에 유대교 제식 때 사용되는 촛대를 설치토록 했다. 얼마 되지 않아 이들의 요구가 관철됐다.
월마트의 진출로 조용한 전통 크리스천 마을이 이제 힌두교도, 무슬림, 유대교도 등 다인종, 다종교 마을로 변모했다. 미니 메트로폴리스로 탈바꿈해가고 있다. 그러나 이들 신규 주민 가운데 유대인들의 목소리가 가장 크다. 2년 전 벤톤가운티에서 처음으로 유대교 회당을 지은 뒤 100여 신도들은 저마다 교회의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비단 종교적인 움직임뿐 아니다. 유대인들은 자녀의 성년식도 대대적인 홍보를 한다. 벤톤카운티에서 월마트에 프로판 탱크를 납품하는 스캇 윈체스터는 아들 성년식에 지역 라디오 방송 DJ를 불렀다. 이 DJ를 통해 아들 성년식을 벤톤카운티 전역에 방송했다. 아무 관심도 없는 지역 주민들에게 자신의 아들과 관련한, 유대인 이벤트를 소문낸 것이다. 이처럼 유대인들의 ‘공세’가 강화됐다.
월마트 기획실에 근무하는 톰 더글러스도 신규유입 주민이다. 물론 유대인이다. 성전 헌당 기념일인 ‘하누카’에 대해 자녀의 킨더가튼에서 설명했다. 유대인 게임도 소개했다. 학교 도서관 직원이 이를 비디오에 녹음했다. 나중에 다른 수업시간에 사용하기 위해서다. 유대인 전통이 자연스럽게 다른 인종에게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유대교 회당 멤버이며 의사인 론 하버맨은 유대인의 전통음식 홍보 전도사다. ‘Eat This’란 식당을 냈다. 유대인 음식을 소개하고 있다. 아직 손님들이 적극적으로 호감을 나타내지는 않지만 지속적으로 음식 알리기에 나서고 있다.
벤톤카운티는 이제 유대인들의 입김에 상당부분 젖어들었다. 벤톤빌 교육감 개리 캄튼은 감리교 신자다. 그는 학부모 회의를 준비할 때 유대인 휴일은 피한다. 고등학교 합창단이 부르는 노래가 기독교 성가 위주였으나 이제 유대인들의 노래도 포함시켰다.
성경공부 모임들이 활성화해 있고, 100피트짜리 대형 십자가가 세워져 있는 벤톤카운티에 새로 보금자리를 튼 유대인들은 자신들의 종교와 문화를 뿌리내릴 심산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아들 성년식을 치른 마시 윈체스터는 “유대인들이 뿌리를 내리려면 보다 어려운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유대인들은 월마트를 기점으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고 있다. 워낙 기독교인들이 많은 동네라 만나는 사람마다 “어느 교회에 다니느냐?”는 질문을 받아온 유대인들은 똘똘 뭉쳐 1년도 안돼 자신들의 성전을 마련했다. 대단한 단결력이다.
그전까지 유대인들은 아칸소 대학에 붙어 있는 작은 유대교회에 다녔지만 30마일이나 떨어져 있어 불편했다. 그리고 교회당은 학생 클럽장소를 개조한 것이라 그다지 편안하지 않았다. 그래서 작심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이 의기투합해 과거 히스패닉 교회(Assembly of God)를 인수했다. 이 교회 건물은 월마트 창업자 샘 월튼이 운영하던 ‘five-and-dime’에서 몇 블럭 떨어져 있다.
2000년 시카고에서 벤톤빌로 이사 온 마크 로젠은 월마트 기술부에서 일하고 있다. 로젠은 굳이 유대교회에 갈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시카고에서는 유대인 이웃, 친구, 가족이 있기 때문에 그럴 절박한 심정이 아니었다. 그러나 벤톤빌에서는 사정이 달랐다.
하루는 딸이 집에서 숙제를 하는 것을 보았다. 예수의 그림을 가져와 색을 칠하는 숙제였다. 마크는 “가만히 앉아 있어서는 안되겠다” 싶어 그 때부터 가족이 모두 유대교회에 적극적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특약-박봉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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