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태목사(얼라이언스 신대원)
지난 월요일은 노동절 연휴라 평소 다니던 교회 교인들과 함께 해리만으로 산행을 갔다. 저녁식사까지 해결하려고 바비큐를 준비해 갔는데 시간이 너무 일러서 근처에 있는 우드버리 콤몬 몰에 갔다. 초입부터 차가 밀린 것이 어째 상황이 좋지 않았다.아니나 다를까, 주차장마다 만원일 뿐 아니라 나가려 해도 차가 꽉 막혀서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결국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시간을 보니 3시간을 우드버리 콤몬 주차장에서 허비한 것이다. 남는 것은 짜증과 허기밖에 없었다. 비단 우리만 그랬던 것이 아니다. 주차장을 찾으려고 하염없이 운전대를 붙잡고 있던 얼굴마다 새겨있던 것은 스트레스라는 이름의 글자였다.
우드버리 콤몬 같은 대형할인점 몰의 인기는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 중 하나이다. 인기를 끄는 근본적인 이유를 굳이 따진다면 두 가지이다. 첫째는 고급 브랜드 제품을 할인가로 살 수 있다는 것이요, 둘째는 유명 가게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서 그 곳에만 가면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이런 곳에서 구매하는 것이 경제적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우선 불요불급한 물건을 대량 사는 낭비를 하는 것이요, 또 가격도 집 근처 백화점의 세일 가격보다 싸지도 않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장거리 운전하느라 드는 기름 값, 시간, 스트레스 등을 감안하면 손해가 이만 저만이 아니다. 결국 약삭빠른 상혼에 놀아나는 우행에 지나지 않는다. 정작 우리 인생이 필요로 하는 것은 다다익선이 아니라 의식주에 필요한 몇 가지 필수품이다. 이것들은 대형 할인점 몰까지 안가도 우리 주위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교인들이 교회를 택하는 경향도 이와 비슷하다. 온갖 프로그램과 시설을 갖춘 대형교회로만 교인이 몰려드는 현상은 한국이나 미국이나 공통된 현상이다. 이 현상의 근저에는 다다익선과 대물대호라는 약삭빠른 생각이 자리 잡고 있다. 문제는 과연 대형교회가 교인들의 가장 근본적인 필요를 채워주느냐이다. 내가 보기에 교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목자와 성도간의 친밀한 교제를 통한 보살핌의 관계이다.
성도가 목자를 신뢰하고 그 영혼을 맡길 수 있고, 목자는 성도를 사랑하고 양육하되 예수께서 그 몸을 십자가에서 희생하시기까지 한 것처럼 하는 이 기본적인 관계가 성립되지 않은 채 교회생활을 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을 것이다. 현대교회의 위기는 다른데 있는 것이 아니다. 바로 이 가장 기본적인 필요를 채워주지 못하는 교회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목자는 목자대로 “나는 과연 맡겨진 성도들을 제대로 섬기고 있는지”, 성도는 성도대로 “기본적인 필요에 맞는 교회를 택하고 있는지”, 아니면 “대형 할인 몰 찾는 기분으로 교회를 찾고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