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현재 이혼이 완전 불법인 국가는 전 세계를 통틀어 단 두 곳, 필리핀과 바티칸시국뿐이다. 가톨릭 영향이 강한 필리핀의 경우 무슬림에 한해 이혼을 허용하고 있고, 나머지 시민은 소송을 통해 혼인 무효 판결을 받거나 법적 별거 인정을 받아야 한다.
이혼 합법화 법안이 여러 차례 하원을 통과했지만, 매번 상원과 가톨릭교회가 막아섰다. 인구 800명 내외인 바티칸시국도 국법과 가톨릭 교회법으로 이혼을 인정하지 않는다. 필리핀처럼 국법상 이혼 규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다만 시민권자 대다수가 결혼 자체가 금지된 성직자나 수도자여서 그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다.
135명 내외의 이중 국적자 스위스 근위대는 사정이 다르다. 일정 복무기간을 채운 근위대원은 결혼이 허용돼 배우자 및 가족도 한시적 시민권 혹은 거주권을 얻어 생활하는데, 근위대원 혹은 배우자가 이혼을 원할 경우 스위스에서 스위스 민법에 따라 이혼 판결을 받은 뒤 바티칸으로 돌아와 교회법상의 ‘혼인 무효’ 절차를 밟을 수 있다.
2011년 5월 28일, 지중해 국가 몰타가 국민투표를 통해 이혼을 법제화했다. 몰타는 국교가 로마가톨릭교이고, 인구(2025년 기준 약 55만 명) 대부분이 가톨릭 신자다. 하지만 몰타의 경우 해외에서 이혼을 하고 오면 그 효력을 인정해주는 모순이 있었다.
예컨대 몰타 시민인 부부가 영국으로 이주해 일정 기간 거주한 뒤 영국 민법의 거주자 사법 관할권에 따라 이혼 판결을 받으면 귀국 후에도 그 효력을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 이혼이 해외 거주 여건이 되는 부유층의 특권인 셈이어서 비판과 저항이 거셌다. 당연히 별거 상태의 커플은 재혼이 불가능해 자녀들의 불이익 등 사회적 폐해도 극심했다.
몰타 시민 53.2%는 ‘이혼 찬성은 대죄(Mortal Sin)’라는 가톨릭교회의 공식 목회서신에도 불구하고 이혼 법제화에 찬성했다. 몰타 의회는 2017년 7월 동성혼도 합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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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윤필 한국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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