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환목사(뉴욕새빛교회)
“아름다운 이름은 보배로운 기름보다 낫고 죽는 날이 출생하는 날보다 나으며”, 전도서 7장 1절 말씀입니다. 아름다운 이름이 세상 무엇보다 귀한 가치라는 의미입니다. 이 진리는 동서고금에 변할 수 없
는 진리 중에 하나입니다. 한 사람이 세상에 나고 또 죽는 이 엄숙한 과정 안에 그 사람의 족적은 남아 있습니다. 어떻게 살았고 어떻게 죽었는가, 이 삶의 명제는 빈부귀천에 제한이 없습니다.
사람의 호기(豪氣)를 보면 자기 목숨을 쉽게 조정하며 살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 살기 싫으면 그만 살면 될 것 같은데, 그럴 수는 없습니다. 거의가 다 주어진 삶의 길이를 채울 때까지 사는 것입니다.
그 마지막이 우연한 사고이든 “잘 살았구나” 싶은 자연사이든 그 모양은 다르지만 사실 그 내용은 정해진 삶의 종착역에 도달했다는 의미에서는 동일합니다.
숲의 나무들이 어떤 건 삐죽이 솟아 다른 나무보다 큰 것도 있긴 하지만 거의 그 키가 같습니다. 신기할 정도입니다. 공원에 있는 나무들을 보아도 어쩌면 저런가 싶을 정도로 키들을 가지런히 하고 서 있습니다. 인생도 그 길이가 비슷합니다. 왕성할 때는 왕성하고 조용할 때는 조용
해야 순리입니다. 아,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 마음이 들면 하나씩 둘씩 정리하며 사는 것이 제대로 사는 인생길입니다.
어떤 분은 은퇴 이후에, 또는 70이 훌쩍 넘어서서 새롭게 인생에 도전한다는 명분아래 활동을 시작하는 분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닙니다. 낙조(落照)는 낙조일 때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하여, 사람은 물러날 때를 아는 것처럼 보기 좋은 모습이 없다
고 하지 않습니까? 물러난다고 해서 손 놓고 죽을 날을 기다리라는 말은 아닙니다.
아름다운 삶의 마무리를 격에 맞게 행하는 것입니다.
어떤 분은 모든 면에 정처가 없는 분이 있습니다. 뭐든지 조금 하다가 치우고 다시 합니다. 그러다가 인생의 황혼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우왕좌왕합니다. 아직도 방랑하는 자와 같습니다. 그러나 슬픈 일은 그런 삶의 궤적을 당신 스스로도 알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렇게 살
지 않으려는 데도 어떤 운명의 힘이 그렇게 끌고 간다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아름다운 이름을 위하여 산다는 것은 간단하지 않습니다. 나폴레옹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하면 인간이 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모두 하면 신이 된다” 어떻습니까?
그러므로 사람은 아름다운 이름을 위하여 살 수 없는 존재인지도 모릅니다. 그 바람은 희망이고 소망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가진 소망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신의 경지라는 영웅의 고백은 폭풍처럼 살다가 극처럼 죽은 자의 대사(臺謝)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리하여 노자(老子)의 무위자연(無爲自然)이 등장한지 모릅니다. 차라리 그냥 살라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이름을 위한다는 마음조차 없이 그대로 물처럼 사는 삶의 자세, 그것이 신의 뜻이라는 것입니다.헬렌켈러는 “병아리를 손에 안고 있는 느낌”을 소황홀(小恍惚)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주 작은 황홀, 그것이 내 손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만도 기쁨이요 행복이라는 의미입니다. 우리는 자기보다 너무 큰 대상을 향해 인생을 걸고 운명을 걸어보려는 데서 좌절하고 슬퍼합니다. 아름다운 이름을 위하여도 살지 마시기 바랍니다. 신이 주신 무대에서 단역이나마 성실하게 행한다는 마음을 갖고 한 조각 빵과 한 잔의 커피에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작년처럼 가을은 오고 또 작년처럼 이 가을은 떠나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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