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보화스님(워싱턴세계사 일화선원 원장) 제목:
크고 작은 사연들을 뒤로하고 아직 아무도 가본 적이 없는 한해를 연다.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니, 보내고 맞이하는 것은 세월인가 사람인가? 사람이라 하니 그 숱한 옛사람들은 다 어디로 갔으며, 세월이라 하니 뜻과 이름을 만들어 붙이고 일컫는 이는 누구인가? 둘 다라고 하니 하나도 모르거늘 어찌 둘이 허용될까?
지극한 진리는 단지 선택과 애착을 꺼릴 뿐, 눈썹이 다만 눈 위에 자라고 있는 줄 알면 일면불(日面佛) 월면불(月面佛)은 전혀 딴 이가 아니리라. 운문 문언(雲門 文偃 864-949)선사는 기상이 뛰어나고 웅귀하며 식견이 참으로 고매하였다. 특히 격식을 벗어난 현묘한 마음기틀을 회롱하되 항상 언어의 수다스러움을 피해 간단 명백하게 의표만을 단적으로 나타낸 문답을 통해 사람들의 안목을 크게 틔워 주었다.
선사께서 하루는 법문하기를, “15일 이전에 대해서는 그대들에게 묻지 않겠거니와 15일 이후에 대하여 한마디 일러보아라”하고는 대중들이 말이 없자, 스스로 대답하되 “날마다 좋은 날이니라(日日是好日)”고 하였다. 저 운문은 무슨 까닭으로 날마다 좋은 날이라고 하였겠는가?
누군가가 산승에게 묻는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하리니 함께 탁마해 보자. “온 세상을 먼지 내어 그 수를 다 헤아리고, 큰 바다의 물을 한입에 삼키며, 허공을 나꿔채고 세월을 얽어 맬지라도 설(設)하는 이 자체는 설(設)로서 다하지 못하리라. 할(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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