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뉴저지베데스다교회)
얼마 전 일간지에는 어느 미국의 보수주의 목사의 말이 간단히 실려 있었다. 내용인즉, 올해 미국 안에 핵폭탄에 버금가는 재난이 있을 거라는 예언이었다. 그가 기도 중에 받았다는 말도 실려 있었다. 이런 예언이 성서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 간혹 한 해를 예언하는 무술꾼들의 말과 어떻게 다를까?
교회 안 또는 신학교 강의실에서 종종 예언에 관한 질문을 듣는다. 주변에 예언의 은사를 받았다는 분들도 있다. 교인 중에도 미래의 신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예언의 능력을 가졌다는 사람들을 찾아가 귀를 기울인다. 성경 안에도 선지자들을 통한 예언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예언, 사도행전에서 아가보라는 사람의 예언(행21:11), 계시록의 예언 등, 미래에 대한 예언을 기록하고 있다. 그런 까닭일까? 교회 안에도 예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개인의 신후사를 미리 알고 싶어 하는 충동이 있다. 앞날을 미리 아는 일에 대해 성서는 어떻게 가르치고 있을까?
성경, 특히 구약 선지서에는 풍성한 예언이 기록되어 있다. 성경의 예언의 특징은 그것이 개인의 길흉화복을 미리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백성들의 공동체의 운명을 취급하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하나님의 백성들의 계속된 불순종이 가져올 재난을 경고하고 회개를 촉구하며, 결국 임박할 재난과 함께, 멀리 하나님의 긍휼하심을 인해 그 백성이 얻게 될 회복과 구원을 증거 하는 것이 예언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신명기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장차 가나안 땅을 정복하러 들어갈 때, 맨 먼저 길흉을 말하는 자를 쫓아 낼 것을 명령한다(신18:10, 14). 이들은 하나님이 “가증히 여기는” 대상이었다.
성경은 자칫 앞뒤가 안 맞는 글로 비판을 받기 쉽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거기에 하나님의 특별하신 뜻과 가르침이 있다. 구약이든 신약이든 하나님의 예언은 이스라엘 백성의 공동체의 운명, 또는 교회 공동체를 염두에 둔 예언이었음을 주목하게 된다. 이런 예언이 주어짐은 하나님의 백성들에게 경고의 의미가 있다. 불순종으로 인한 재난에서 돌이키라는 메시지와 함께 하나님의 백성으로 앞으로 다가올 환난을 대비하라는 교훈적인 의미가 있다. 하나님의 백성들은 개인의 삶과 역사를 섭리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신뢰 속에 사는 백성이다.
내일은 하나님의 시간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오늘이다. 오늘 신자는 하나님 안에서 하나님과 함께 살아갈 책임을 갖는다. 내일 일은 내일 걱정할 일이다(마6:34). 오늘 하나님과 함께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 때, 축복된 내일이 열려질 것이다. 내일은 오늘의 삶을 통해 만들어져 가는 가변적인 실재이다. 믿음과 순종의 삶은 복된 내일을 가져 올 것이다. 불순종의 삶은 고통스러운 미래를 가져올 것이다. 우리는 오늘의 시간 속에 내일을 위해 씨를 뿌리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다면 내일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묻는 대신, 오늘 우리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를 대답함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장래사에 관심을 갖는 것은 조심스럽다. 목사의 이름으로 장래사를 말하는 것이나 무당이 말하는 것이나 자칫 구분이 되지 않는다. 커다란 재난이 올해를 기다린다는 예언은 가뜩이나 을씨년스런 세상 삶에 그늘을 더해 줄뿐이다. 그런 재난을 피하기 위한 처방도 없이 들려주는 예언은 결코 반갑지 않다. 세상사는 항상 불안과 예상치 못한 재난을 앞에 두고 살고 있기 때문에, 올해 어떤 재난이 닥친다 해도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 하나님의 백성은 어떤 재난의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임재와 신실하신 도움 속에 소망을 두고 사는 이들이기 때문에, “흉한 소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시112:7). 내일은 오늘의 삶에 의해 만들어지고 열려지는
개척지와 같다. 그러기에 내일의 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보다는 오늘 씨를 뿌리고, 그 열매를 기다리며 사는 것이 신앙생활의 지혜가 아닌가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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