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준호목사(헌츠빌침례교회)

사랑하는 부인과 두 자녀를 한국에 두고 혼자 유학생활을 할 때이다. 이때 때때로 미국의 명소를 관광하고, 한국에서는 맛보기 힘든 스테이크를 먹을 때 느낀 감정이 가슴깊이 간직되어 있다. 이상스럽게도 좋은 것을 보고 먹는데도 그것들이 나에게는 좋게 느껴지지가 않았다. 오히려 사
랑하는 자녀들과 부인이 함께 할 수 없는 좋은 것들은 나를 더욱 쓸쓸하게 만들곤 하였다.이처럼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함이 아니라면 그 좋은 것도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만들지를 못한다. 왜냐하면 행복은 관계라는 밭에서 오기 때문이다. 따라서 관계는 우리에게 주어진 좋은 것들을 더욱 좋게 만들기도 하고 좋은 것을 시시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러함으로 우리가 관계 가운데 함께 상의하며, 서로 다른 의견과 은사들을 종합하여 더욱 아름답고 큰 열매들을 맺으며 행복과 가치와 능력을 발휘하는 것은 진리를 사용하는 지혜임이 분명하다. 더욱이 관계는 아픔이 있을 때에 아픔을 감해 주는 묘약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린 학창시절 잘못으로 인하여 교무실에서 손들고 벌을 서고 있을 때 함께하는 친구가 있으면 그 수치스럽고 아픈 고통이 별거 아니게 느껴지게 되기도 한다.
이뿐이 아니다. 남들이 이루지 못한 큰일을 내가 이루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맡아 줄 상대가 없다면 내가 이룬 큰 일이 나를 더욱 허무하게 만드는 요소가 될 것이 분명하다.

이들 모두가 나의 모든 행복과 가치는 관계의 밭에서 출발해야 하는 진리를 말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들의 삶에서 관계를 잘 가꾸어 나가는 사람은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사람이 되지만 그렇지 못하면 행복을 맛볼 수 없는 슬픈 존재가 된다. 그래서 아마 하늘을 나는 새들도 짐승들도 미물의 벌레들도 먼저 자기들끼리의 공동체를 이루는 관계성 속에서 모든 아름다움을 바다 속에서, 하늘에서, 땅속에서 연출하는 것은 아닐까? 그
래서 하나님은 우리들에게 행복과 가치 있는 삶을 주시려고 가족의 관계, 그리고 사회의 관계, 동족의 관계들을 허락하시며 삶을 시작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때문에 우리들에게 하나님께서 자연스럽게 만들어 주신 생김새가 비슷하고 같은 언어와 문화를 가진 한국인의 관계를 잘 다스
려 나가며 이민생활을 하는 것은 지혜 중의 지혜이다.

또한 우리들의 관계를 아름답게 만들고 이곳에서 오는 지혜와 능력들을 모두 함께하여 우리들과 다른 미국사회에 파고들어 더 넓은 관계 가운데 오는 행복을 맛보게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임이 분명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하나님께서 주신 관계가운데서 행복을 경험하지 못하며 다른 곳에서 행복을 맛본다고 하면 이는 분명 가식과 외식의 탈을 쓰는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우리들에게 복음을 전파할 때도 이스라엘과 사마리아와 온 세계 끝으로 가까운 관계부터 점점 먼 관
계로 나가라고 하는 것은 아닐까?

따라서 우리들에게 자연스럽게 주신 가정, 친구, 교회, 그리고 한글학교 한인회의 관계를 좋게 만들기 위하여 애씀은 결국 하나님을 위한 일이고 나 자신을 위한 지혜로운 일이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주신 동그란 얼굴 노란 피부 까만 머리의 공동체를 잘 가꾸기 위하여 참여해주고 지원해주고 도와주는 것은 행복의 밭을 가꾸어 나가는 지혜롭고 중요한 일임이 분명하
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동족끼리 아름다운 밭을 가꾸어 나가는 일은 우리들의 후손들에게 자부심을 가지게 만드는 일이 되는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