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지방의 별미음식 애저찜
’애저’는 고기로 먹을 어린 새끼돼지를 말한다. 애저찜은 본디 어미돼지의 뱃속에서 꺼낸 태아[돼지새끼집]로 만들던 음식이지만 요즘에는 구하기 어려워서 앳된 어린 돼지를 주로 쓴다.
애저를 한자로는 ‘兒猪’라고 한다. 그런데 음식 이름에 아이 ‘兒’(아) 자가 붙으면 혐오감이 있어서 제대로 커 보지도 못하고 일찍 희생되는 아주 어린 새끼돼지가 너무 애석하다는 뜻으로 슬플 ‘哀’(애) 자를 써서 ‘哀猪’(애저)라고도 한다. 애저(兒猪)찜하면 광주지방의 별미음식으로 알고 있고 이성우 교수의 한국요리문화사에서 허연(許演)은 광주음식의왕자라고 일컫는 애저탕의 본 고장은 나주군 다도면(羅州郡 多道面) 산골이었는데, 그 빛을 보게 된곳은 광주(光州)이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진안군 마령면 강정리(鎭安郡 馬靈面 江亭里)의 당산제(堂山祭)의 제물(祭物) 물목기(物目記)를 보면 제일 먼저 애저(兒猪) 일수(一首)가 기록 되어있다. 전씨. 송씨. 홍씨. 신씨. 정씨 등이 거주하면서 약 1500년 전 부터 형성되기 시작한 강정마을, 이 마을의 당산제는 매년 음력 저우얼 초 이튼날 밤 해시(亥時: 밤 9시~밤11시)에 시작되어 부락 농악대가 마을을 세 번 돌면서 [풍장]을 울린 다음 자시말(子時末:밤12시-아튼날 새벽 1시)경에 [뒷당산]에 먼저 모시고 다음에 [앞 당산제]를 모시게 된다.
[뒷당산]은 88 서울올림픽대회때 은메달을 획득한 역도선수 전병관의 집 몸채 바로 뒷산이다. 그러니 전병관 선수의 집은(당산집)이나 다름없다는것이다. 이 뒷당산에는 지금도 왼새끼로 꼬아서 쳐 놓은 [금줄]이 있고 제수(祭需)를 진설(陳設)할수 있는 제단(祭壇)도 만들어 져 있다.
한편 앞당산제인 야정제(野亭祭)는 진안군내에서 제일 오래도니 마을앞 대로변에 자리하고 있는 밑둘레 약5m가 되는 노거수(老巨樹) 당산나무에서 모셔 진다.
물론 이 나무에도 백지(白紙)를 왼새끼 사이사이에 낀 금줄이 둘러쳐 져 있다. 이 당산제를 위해 마련되는 제수비용은 전 성균관 부관장(前 成均館 副館長)을 지낸 전 중권(全 中權)씨가 제답(祭沓) 700평을 마련하여회사 하였는데, 이 제답의 등기상 소유권자는 전씨의 왕(王)자와 송씨의 목(木)자, 당산제의 산(山)자를 넣어 왕목산(王木山)이라고 하여 소유권자를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가공인물(架空人物)로 하여 등기이전이나 매매거래를 할 수 없도록 하였다. 어쨌든 당제(堂祭)의 제수 물목중에 애저(兒猪)가올라있다. 해마다 당산제의 제물로 새끼 돼지(兒猪)를 올려 제를 지낸후 새끼 돼지를 땅에 묻어 바치는데, 동리 머슴들이 산에 올라가 파내
먹기도 하였다고 한다.
약 1000년전부터 올려졌다는 강정마을 당산제이고 보면 제물로 올려졌던 생돼지새끼(生兒猪)는 마을머슴들에 의해 도로 파 내져 찜 형태로 요리해 먹었지 않나 하는 추측이 든다. 그렇다고 보면 이런 습속(習俗)과 어우러진 진안의 애저찜은 그 역사가 여늬 지역의 애저찜과 비교할수 없으리만치 오래 되었다고 봐야 할 것이며, 진안 사람들도 애저찜의 본 고장이 진안이라고 주장 하며 엤부터 진안의 양반가에서 즐겨 먹던 음식이었다고 한다. 이 애저찜(兒猪蒸)이나 저포탕(猪胞湯)은 돼지고기 요리법이 가장 발당한 중국에는 유독 돼지새끼집찜 요리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애저찜은 우리 고유의 별미 음식이라 할 수 있다.
《규합총서》에 애저찜에 관한 자세한 설명이 나온다. 새끼 밴 어미돼지의 배를 갈라 새끼집 속에 쥐 같이 들어있는 것을 깨끗이 씻는다. 그 뱃속에 양념을 넣고 통째로 찜을 하면 맛이 그지없이 아름답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돼지새끼집은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그렇다고 해서 (살아있는) 어미돼지를 일부러 잡으면 숨은 덕(德) 쌓는 것만 같지 않으니 그저 연한 돼지로 대신하라.는 충고를 곁들이고 있다.
요리법은 연한 돼지를 취하여 내장과 같이 통째로 가마솥에 넣되, 파와 미나리를 함께 넣고 나물은 나중에 넣어라. 무르게 삶아지면 뼈는 버리고 살은 가늘게 찢어라. 비계와 내장을 썰고, 파는 한 치 길이로 썬다. 생복이나 숙복을 넣는데, 이것이 없으면 전복 고은 것과 해삼· 표고버섯· 박을 썰어 놓는다. 날파 흰 뿌리와 생강을 갈아서 함께 넣고, 좋은 장으로 식성에 따라 간을 맞춘다. 여기에 기름과 깨소금을 듬뿍 넣고 주물러 섞어서 큰 놋함에 담아 중탕하여 익힌다. 달걀 흰자위와 노른자위를 부쳐 채친 것을 후춧가루와 잣가루를 같이 뿌려서 겨자에 찍어 먹는다.고 했다.
《증보산림경제》에도 애저찜에 관한 기록이 나온다. 새끼돼지의 뱃속에 여러 가지 양념을 채우고, 솥에 물 한 사발을 부은 다음 대나무를 솥에 걸쳐서 새끼돼지를 안친다. 동이에 물을 담아 솥 위에 놓고 천천히 불을 지핀다. 동이의 물이 따뜻해지면 찬 물로 세 번 바꾸어 고기가 충분히 익으면 식기를 기다렸다가 초장에 찍어 먹는다.고 했다. 규합총서의 중탕형(重湯型) 애저찜과 달리 이 책에는 증류형(蒸溜形) 찜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 음식들이 속간(俗間)에서만 먹은 것이 아니라 조선시대에는 궁중연회식(宮中宴會食)의 식단(食單)에도 들어 있다. 1827년의《진작정리의궤》에는 궁중 연회용 탕(湯)에 칠기탕(七技湯)과 만증탕(饅蒸蕩)이 나오는데, 그 재료로 저태(猪胎)를 첫째로 꼽고 있다.
요즘의 애저찜은 아주 어린 새끼돼지의 배를 갈라 내장을 꺼내서 꿩이나 닭· 마늘· 두부· 파· 호두 등을 기름에 볶아 넣고 실로 꿰메어 고기가 흐물거릴 정도로 푹 쪄낸 음식이다. 비린내가 가신 애저찜의 살점을 묵은 깻잎에 토하젓과 마늘을 함께 넣어서 쌈 싸 먹으면 산뜻한 향이 입안 가득한데, 살이 워낙 연해서 혀에서 감치다가 목구멍으로 설설 녹아들면서 또 한번 쌈박 감치는 맛이 그만이다.
애저를 쪄낸 국물은 배추김치· 파 · 참기름· 들깻잎· 후춧가루를 넣어 간을 맞춘 후 밥과 함께 볶아 먹거나, 찜하고 남은 고기와 함께 얼큰하게 매운탕을 끓여 먹어도 좋다. 맛으로나 보양식으로나 이것을 다를만한 음식이 없다고 한다. 비위가 약해서 그냥 먹기가 거북한 사람은 삼베로 싸서 무거운 돌로 눌렀다가 편육을 썰어서 양념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때로는 꿩이나 닭고기를 채우지 않고 인삼· 대추· 전피나무· 포비자 등의 한약재를 넣어 찜보다는 곰으로 하거나, 털을 뜯고 배를 갈라 양념을 박은 다음 참종이를 몇 겹 둘둘 말아 묽은 황토흙 속에 넣어 구워내는 ‘훈제 애저구이’를 해서 먹기도 한다. 애저찜은 생후 20∼30일쯤 된 어린 돼지를 쓰는 게 좋다고 한다. 너무 어린 것은 비린내가 나서 맛이 없으며, 이보다 더 자란 것은 중톳에 가까워서 애저라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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