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건목사(뉴저지 베데스다교회)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예수님의 눈에 나다나엘은 순수한 사람이었다. 자신을 찾아오는 그를 처음 볼 때, 예수님의 눈에는 그의 순수함이 돋보였던 것 같다. 그를 가리켜 “참 이스라엘 사람”이라고, “그 속에 간사한 것이 없다”고 칭찬해 주셨다. 많은 사람들을 보는 예수님
께서 그 가운데 순수한 사람을 만나는 일은 고요한 기쁨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순수함, 그것의 가치는 사물과 사람을 맑은 눈으로 보는 데 있을 것이다. 순수한 사람들과의 시간은 마음과 마음을 대하고 듣는 평안함이 있다. 복잡한 말과 이중적인 생각으로 긴장과 피곤을 불러들
일 일이 없을 것이다.
오래 전 대학 교양과정 부 시절, 독어 강독 시간에 슈바이처 박사의 글을 읽을 기회가 있었다. 제목은 ‘젊음에 대하여’였다. 슈바이처박사는 자신의 일생을 통해 17세 때의 순수함을 지켜 살기를 결심했다고 한다. 그 글에 예화가 하나 실려 있었다. 어느 사람이 배에 가득 귀한 보물을 싣고 항구를 떠났다. 항해 도중 무서운 풍랑을 만나 생명이 위협받게 되었다. 이 사람은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 배 안의 모든 보물들을 배 밖으로 내버
려야 했다. 풍랑을 지나온 배는 텅 빈 모습으로 항구에 도착했다는 것이다. 사람은 젊은 시절 세속에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간직했다가, 인생의 풍랑을 만나 생존을 위해 그 순수함을 잃어버리고 만다는 얘기를 하고 있다. 그러나 슈바이처 자신은 일생 그 순수함을 지켜 살기를 힘써
왔다는 글이었다.
그의 삶의 자취는 그 말의 진실성을 입증해 주고 있다. 수십 년이 지난 지금에도 그 글의 내용이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다. 어린 시절의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을 지켜 사는 일은 그것을 잃고 세상의 보배를 소유하는 것 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라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예술 세계는 물론, 신앙의 세계의 가치는 그 순수함을 지켜 사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눈앞의 이익과 성취를 위해 빈 말을 일삼고, 돈과 명예를 얻기 위해
마음에 없는 말을 하는 것이 세상은 물론, 교회 안에서 조차 낯설지 않은 것은 어찌된 영문일까?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것은 도대체 무엇일까?
옛날 학창 시절, 한시를 배우면서 기억나는 시가 있다.
“군자 유삼계 하니”로 시작된 시는 “급기 노야 하여는 혈기 기쇠라, 계지재득이라”는 말로 끝난다.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기운이 쇠하여 가니, 무엇을 얻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삶의 자리를 물러나 고운 모습으로 노년을 보내는 일의 어려움을 일찍이 경계하고 교훈했던 시로 기억된다. 깨끗한 양심, 진실한 마음, 이것은 거룩하신 하나님을 모시고, 그를 섬기는 삶에 필수적인 요인이라 믿는다. 많은 사람을 진리의 삶으로 인도하는 목회자의 삶에 있어서, 이것을 잃으면, 무엇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 그러나 가까이 주변에서 거짓을 듣고 보는 일이 낯설지 않은 현실에 마음이 쓰릴 때가 있다. 더욱이 남을 제물 삼아 내 유익을 얻는 일은 천하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다. 우리가 교회 안의 삶을 통해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 공교한 언어의 껍질을 벗기고 보면, 물질적 풍요와 만사에 중심이 되고자하는 마음이 숨겨져 있는 것이 아닌가? 묻게 된다. 우리에게 순수함은 낯선 것일까? 빈 마음속에 하늘의 보화가 쌓이는 것 아닐까?
모든 번뇌가 욕심에서 온다는 것은 어느 종교의 가르침만이 아니다.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되나니 이것을 사모하는 자들이 미혹을 받아 믿음에서 떠나 많은 근심으로 자기를 찔렀도다”(딤전6:10). 순수함을 해치는 것은 욕심이 아닌가 생각한다. 욕심이 사람을 추하게 만들고, 거짓되게 만들고, 비굴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 순수함의 보배를 잃느니, 차라리 무욕의 삶을 사는 지혜와 능력을 구하고 싶다. 삶이란 무엇인가. 가치 있는 것 하나를 끝까지 지켜 사는데 보람과 긍지를 갖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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