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은숙사모(낙원장로교회)
하얀 눈 탓인지 바람 탓인지 우울하게, 때론 감미롭게, 때론 고독한 감정들이 가슴 속으로 밀려 옵니다. 나를 안절부절 하게 만들곤 하는 눈. 그렇게 창밖으로 흰 눈이 밤새 속절없이 내렸습니다. 이런 날엔 허물없이 대화할 수 있는 다정한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매서운 겨울바람이 불고 추울수록 옷을 벗고 맨 몸으로 겨울을 견뎌냅니다. 나무의 진정한 위대함은 꽃이 피고 잎이 무성하고 열매 맺는 것에도 있겠지만 이런 모진 추위, 거친 눈보라를 온 몸으로 맞으면서 봄이 올 때까지 참고 견디는 것이 아닐까요. 사람도 겨울나무처럼 배신의 아픔과 실패의 고통, 서러움, 외로움을 가슴에 담아보아야 살아 있음의 어떤 의미인지를, 따뜻하다는 것과 함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를 깨닫게 되는 것 같습니다.
연초부터 서로 생각이 다르고 입장이 달라 의견이 엇갈려 나름대로 참 견디기 힘든 갈등이 있었습니다. 그래서였는지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어도 마음 한편은 쓸쓸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그 무엇 때문에 목이 마르고 배가 고팠습니다.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내 마음을 꺼내어 나눌 수 있는 허물없는 친구, 지나간 한 주일 그런 마음을 꺼내어 나눌 수 있는 허물없는 친구, 지나간 한 주일 그런 마음을 툭 터 넣고 나눌 수 있는 편한 친구가 간절히 그리웠습니다. ‘마음을 툭 터놓고’란 말에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그만큼 마음을 나누며 함께 갈 수 있는 친구가 그리웠나 봅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전화기에 손이 가고 이유도 없이 전화기의 숫자 버튼을 누르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곤 했습니다. 두루두루 알고 지내는 사람이 많아 휴대폰에 입력된 300개가 넘는 전화번호를 가지고 있음에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기 위하여 뒤적여 보지만 마땅히 전화 걸 곳이 없음을 알았을 때의 그 막막함. 섣불리 마음 터놓고 얘기했다가 상처로 돌아오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 부끄러움 마음. 결국 아무에게도 전화를 하지 못했습니다. 나이를 먹을수록 스스로 해결하고 견뎌야 할 일들이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더 많이 이해하고, 더 많이 배려하며, 넉넉한 마음으로 사람들을 포옹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습니다.
나는 믿음으로 마음의 괴로움을 풀고 인내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연습하고 있는 중입니다. 곤고한 일을 만났을 때 우리의 아픔을 사람에게 말하기 보다는 하나님께 고백해야 한다는 마음이 앞서기에 말을 아끼게 되고 엎드려 주님을 부릅니다. 주님, 왜 이런 시련과 연단의 시간을 주십
니까? 그 속에 담겨진 하나님의 뜻을 깨닫기 원합니다. 주님, 지금 무엇을 해야 하나요? 주님보다 내가 앞서가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일하기를 소원합니다. 주님, 나의 살고 죽는 것 다 하나님께 속해 있으니 순종하고 따라가기 원합니다. 인도해 주세요. 가는 길에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게 하시고 거룩한 부흥이 일어나기 원합니다. 그것이 내 삶의 가장 큰 기쁨이고 내 삶의 이유입니다. 주님과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얼어붙었던 마음이 따스한 봄날처럼 풀어져 버렸습니다. 주님이 나의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 주셨습니다.
동장군의 기세가 아무리 세다 해도 오는 봄을 막지 못하듯 현실이 숨이 막힐 만큼 힘이 들어도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는 반드시 회복이라는 봄이 옵니다. 사실 우리는 참을 줄도 알고 숨길 줄도 알며 모든 것들을 알면서 은근히 숨겨 줄줄도 아는 넉넉함도 있습니다. 우리가 믿음으로 내일의 소망을 가지면 불행과 저주와 고통의 상처는 그 힘을 잃어버리고 하나님의 크신 위로와 회복의 역사가 일어날 것입니다. 추위가 다소 누그러진 3월. 겨울바람을 뚫고 맺힌 꽃망울과 얼음장 흐르는 개울물 소리가 봄소식을 전하고 있습니다. 행복은 결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공으로 가는 과정, 그 길목에 있습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