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공스님(한마음선원)
온 마음으로 그림 속의 상(모습)에 한 점 눈동자를 그려 넣고 생명력을 불어 넣어 불후의 명작을 탄생시킨다는 이야기를 우리는 익히 들어왔다.
그것이 옛 전설이나 고사 성어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서 경험하는 모든 일이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실한 한마디 말이 삶의 기쁨과 힘을 주듯이, 정성이 담긴 일과 형식적으로 건성건성 하는 일은 겉보기에 비슷해 보일 수 있어도 분명히 뭔가 다르다.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 순간 한 순간 정성과 진실의 점을 찍느냐 아니면 마음을 담지 않고 껍데기만 꾸미느냐에 따라 인생이 아름다운 예술이 되기도 하고 소음과 먼지로 변하는 허망한 것이 되기도 할 것이다.우리의 전통 목조건축에도 과정마다 정성을 담는 의식이 있다. 터를 고를 때, 처음 목재를 들여올 때, 기둥을 세울 때, 상량을 할 때, 완공이 되었을 때마다 정성을 들이는 의식을 행했던 것이다. 부석사 무량수전, 수덕사 대웅전, 경복궁의 근정전 등 뛰어난 걸작으로 평가되는 건축물들에는 그러한 지극한 마음의 흔적이 남아있어 그 자체로 후인들에게 감명을 주고 있다.
이러한 의식 중에서 상량보를 올리는 상량의식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량보를 올리는 상량식에서는 보에 홈을 파고 상량문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를 함께 넣는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그 건물이 안전하게 오래가며 특히 화마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기를 발원하며, 그 건물을 지은 사람들의 의도와 발전을 도모하고 행복 등을 발원한다.최근에 보수한 경복궁 근정전의 경우를 보면 건물의 인연과 국가의 발전 등을 기원한 상량문이
있고 대원군을 칭송한 글이 있으며, 화재를 막기 위한 염원을 담아서 1000여개의 용(龍)자로 물 수(水)자를 만든 종이, 그리고 용을 그린 종이 등등이 들어있다고 한다.
뉴욕지원의 대웅전도 108평의 대웅전의 건축 과정을 지켜보니 수백 톤의 목재들이 218개의 기둥을 받치고 있는 지붕 속으로 모두 짜 맞추어 들어간다. 도량에 산더미처럼 쌓인 목재들이 끝없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 구조물의 마지막 점을 찍는 것이 바로 상량보를 올리는 것이다.상량보가 따로 있는가 찾아보았더니 그렇진 않고 서까래를 이기 전의 마지막 부재인 종도리를 밑의 작고 긴 장여라는 부재를 올리는 의식이었다. 그리고 그 장여에 홈을 파고 안녕과 발전을 발원하는 마음을 상량문이나 기타의 복장물에 담아 넣는 것이다.
우리는 상량보에 상량식 날자와 시간을 쓰고 한편에 “공생, 공심, 공용, 공체, 공식으로 만법을 들이고 내소서. 아미타 한도량”이라는 큰 스님의 법어를 써넣어서 누구나 평등하게 서로 자유인의 삶을 누리는 세상이 이루어지기를 발원한다. 그리고 상량문에는 이 불사의 인연과 사찰의 역사 그리고 세계의 평화와 인류의 행복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상량식은 건축의 근본 뜻이 이루어지기를 발원하는 마음으로 행하는 의식이다.
이와 같이 예로부터 전해지는 관습을 통해서도 진실한 마음의 생명력을 불어넣은 삶이 바로 참 불자의 삶이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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