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교자상의 중심 요리인 신선로
우리나라의 제대로 된 전통적인 교자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요리가 있다.
그게 신선로, 구절판, 탕평채, 갈비찜 전복초인데, 이 5가지만 제대로 차려내도 상(床)은 화려하고 고급스러워 보인다.
그런데 5가지 요리 중 신선로야 말로 교자상의 품격을 높여 주는 상징성이 있는 전통음식이다.신선로를 궁중에서는 열구지(悅口旨)탕 또는 열구자탕(熱口子湯)이라고 하는데, 1827년 [진작의궤(進爵儀軌)]에 열구자탕(悅口資湯)이라 하였고, 이 열구자탕(悅口資湯)을 [수문사설(搜聞事說)]
에는 열구자탕(熱口子湯), [송남잡식(松南雜識 )]에는 열구자(悅口旨), 조선시대 순조 9년(1809년)빙허각(憑虛閣) 이씨(李氏)가 지은 사대부가 여인들의 필독서 [규합총서(閨閤叢書)], [시의전서(是議全書)], [해동죽지(海東竹枝)],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등에는 신선로라 하였고,1868년 [진찬의궤(進饌儀軌)]에는 신설로(新設爐)라고 하였다.
쇠고기와 숭어, 민어, 전복, 해삼 등 어육(魚肉)과 무, 미나리, 은행, 버섯 등을 넣어 끓이는 신선로(神仙爐)는 한국요리의 대표라고 할만하다.
입을 즐겁게 한다는 뜻에서 ‘열구자탕(悅口子湯)’이라고도 부르는데, 일설에는 신선로라는 이름을 영조가 만들었다고 전한다. 당파 싸움에 골치를 앓던 영조가 각 당의 영수들을 불러 신선로를 대접하는데 영조 자신이 술 한 잔에 매번 다른 재료를 드니 신하들도 다른 재료를 들어야 했다. 그렇게 서로 뒤섞이게 해 당파를 화합시키려 했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영조가 신선로를 당쟁 완화의 도구로 이용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선로라는 이름의 유래는 따로 있다. 홍선표(洪善杓)의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에 보면연산군 때 사관(史官)이었던 정희량(鄭希良)은 무오사화 때 김해로 귀양 갔다가 석방된 후 “앞으로 더 큰 사화가 있을 것이다”라면서 잠적했다. ‘연산군일기’ 8년 5월 14일조는 “단오(端午)날 몸을 빼서 도망해 버려 간 곳을 알 수가 없었다”라고 적고 있다. 실록의 사관(史官)은 “그 가족이 찾아서 해변에 이르니, 다만 신 두 짝이 물가에 남아 있을 뿐 이었다”면서 “그가 복서(卜書) 보기를 좋아하여 반드시 길(吉)한가 흉(凶)한가를 먼저 점쳤었다”고 부기했다.
정희량이 갑자사화를 예상하고 미리 피신했다는 이야기다.
매양 일이 있게 되면 산 속으로 피신한 정희량이 야채·버섯처럼 산에서 나는 각종 재료를 쟁개비(냄비)에 끓여 먹었는데, 그가 신선이 되었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그 요리를 신선로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해동죽지(海東竹枝)]에는 신선로에 관한 [이회당집성(二晦堂輯成)의 내용을 인용하여 “虛庵 정희량(鄭 希良)선생이 일찍이 수화기재(水火旣濟: 易에서 쓰는 말로 水火偏勝하지 않고 陰陽話調하다는 뜻)의 이(理)로써 이 노(爐)를 창작하고 채소를 넣어 익혀 자셔 조석반시(朝夕飯時)에 다만 일로(一爐)뿐이었는데, 그 후 선생이 선거(仙去)하매 세인(世人)이 신선로라 일렀다 한다” 고 기록 하였다.
또 세조가 즉위하자 세상을 버리고 은거했던 생육신(生六臣) 김시습(金時習)도 신선이 되었다고 믿었기 때문에 그가 원조라는 이야기도 있다.
세상을 버린 은자(隱者)의 음식 신선로가 궁중 요리가 된 것은 은자가 무병장수한다는 속설 때문인지도 모른다. 어쨌든 신선로도 전골에서 유래되었으며 이 전골이 조선시대에 이르러 품위 있는 요리로 발전하여 교자상의 중심 요리로 자리하게 된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