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상기(맨하탄 거주)
사도 요한과 도마는 다 같은 예수의 제자들이었다지만 이 두 사람이 기독교역사에서 받은 대우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였다.
1945년 도마복음의 정체가 드러났다. 요한복음과 도마복음이 쓰여졌던 초기 기독교시기에는 다양한 신학사상의 논쟁이 있었으며 특히 4세기경 아리우스(Arius)의 “하나님과 그 말씀(또는 예수 그리스도)은 동격이 아니다”라는 주장은 동격을 주장하든 요한복음계열의 알렉산더(Alexander)와 아타나시우스(Athanasius)의 배척 대상이 되었다.
이런 교리 논쟁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바로 콘스탄틴(Constantine) 로마 황제였다. 콘스탄틴 황제는 기독교를 포용하면서 대로마제국의 통치효과라는 정략적 차원에서 크고 조직력과 영향력이 강한 교회세력과 제휴하게 된다. 콘스탄틴 황제는 325년 지금의 터키땅 나이세아
(Nicaea)에 전체 주교회의를 주선하여 요한복음 내용을 받아들이는 나이신신조(Nicene Creed)를 이끌어냈다(종교세력과 정치권력의 유착).
요한복음이나 도마복음이 영지주의적 표현인 ‘빛’을 인용하는 공통성이 있으나 그 내용은 다르다. 요한복음이 하나님의 빛이 하나님과 예수의 전유물로 인간의 빛 소유 능력을 부인하는 반면 도마복음은 하나님 빛이 사람에게도 존재한다는 인간잠재능력을 인정해주고 있다.
“네 속에 있는 빛을 찾으라(Discover light within. Within a person of light, there is light)” “네 안에 있는 것을 찾아내면 그것이 너를 구하리라(If you bring forth what is within you, what you bring forth will save you)” 모두 도마가 전하는 예수의 말씀이다. 이런 도마복음 내용은 누가복음의 “하나님의 나라는 네 속에 있다(Kingdom of God is within you. Luke 17:20-21)”와 맥을 같이한다.
나는 이런 내용들을 접하면서 기독교와 불교의 같은 방향을 배우게 된다. 선불교(禪佛敎)에서 말하는 “누구에게나 불성(佛性)이 잠재하니 찾아내는 깨우침을 갖으라(見性成佛)”는 가르침은 바로 도마복음의 내용과 같은 이야기로 들린다. 실제로 일본에 가서 선불교를 공부하고 돌아온
미국인 스님이 도마복음 내용을 알았다면 스님이 될 필요가 없었다고 술회했다는 전언이 이해된다. 한국 동학(東學)의 인내천(人乃天)사상도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교회 중심의 기독교계에서는 도마복음 같은 생각을 이단시했다. 독일 기독교인 마이스터 엑하드(Meister Eukhard·1260-1327)도 인간의 신성(人間의 神性: In the soul of man is a spark of God)을 말하다 이단으로 몰렸고 러시아 사상가 톨스토이(Tolstoy·1828-1910)의 작품 ‘The kingdom of God is Within You’도 출판에 어려움이 있었다. 톨스토이는 이 작품에서 사람들이 기득권을 위해 만들어내는 신조(信條·Greed)가 아니라 예수의 가르침(The Sermon of the Mount)을 실천하려는 노력이 참된 기독교의 자세임을 주장하고 있다.
요한과 도마의 차이는 달리 표현한다면 인간 능력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있다. 인간은 원래 무능한 존재이기에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없으니 종교 세력에 의지하고 시키는데로 따라가는 노예이냐 아니면 하나님이 주신 능력을 개발해 도덕적 삶을 자주적으로 실천하는 자유인이냐의 차이점이다. 나는 싯달타와 예수의 뜻은 사람을 자유롭게 하는 데 있다고 믿는다.
종교문화는 사람에 의해 이룩되고 발전된다. 따라서 사람들 사이에 있는 다른 의견(Heterodoxy) 가운데 정치권력과 유착하면 정설(Orthodoxy)이 되고 아니면 이단(Heresy)이 된다는 것은 진리와 무관하다. 인류 역사에서 정통이란 이름으로 살아있는 사람을 장작더미위에 불태워죽이고 성전(聖戰)이란 이름으로 죽이고 죽어간 사실을 우리는 뼈아프게 기억한다. 정통
또는 정설이 될 수 있는 참된 기준은 진리와 인류평화를 실천Orthopraxis)할 수 있음에 두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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