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제학자들 이색논문 주목
중산층 가정 연간 3,000달러 저축 대신 소비해도 돼
지나친 저축보다 여윳돈 집 보수·교육에 투자하는게 나아
“저축 많이 하라” 부추기는건 수수료 챙기는 재정자문사들
우리는 과연 은퇴 후에 대비해 넉넉하게 저축을 하고 있을까? 평균수명은 점점 늘어가고 기업들은 연금플랜을 축소하거나 폐지하는 추세에 있다. 그리고 연방정부의 소셜시큐리티 연금도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미 최대 규모의 연금플랜을 보유하고 있는 피델리티(Fidelity)의 401(K) 평균 보유액은 6만2,000달러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노후대비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미국인의 저축액은 마이너스이다. 세금을 공제한 순수소득이 지출보다 적다는 뜻이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진다. 우려할 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는 게 통념이다.
하지만 이러한 미국인의 생활습관에 대해 ‘두둔하는’ 발언이 나오고 있다. 일부 경제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지나치게 많은 저축을 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실제 그처럼 많은 저축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투자회사·재정자문회사 등이 자꾸 많은 저축을 강조하는 것은 국민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자사의 이윤을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그저 고객이 맡긴 돈을 관리하면서 얻게 되는 수수료 등 각종 수입 때문이라는 견해이다.
이들 전문가들의 조언은 지금 여러 재정자문회사들이 언급하는 저축 규모의 절반만 해도 은퇴 후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무척 ‘낙관적’인 시각이다. 수치를 뽑아보면, 중산층 가정의 경우 매년 3,000 달러를 저축하는 대신 다른 일에 소비해도 된다는 것이다. 집을 꾸미거나 교육에 더 쏟는 게 효과적이라고 믿는다. 보스턴 대학 경제학교수 로렌스 코틀리코프는 “중산층 가정에 이는 적은 돈이 아니다”고 했다.
캘리포니아 우드랜드힐스에 사는 맞벌이 부부 앤드루 벨라(38)와 아내 미셸 크롤릭은 노후를 위해 약 7만달러를 모았다. 이들은 이 돈이 적다고 생각해 노후 대책을 제대로 할 작정이다. 이들 부부는 그동안 여윳돈을 집 보수에 썼다. 나중에 집 가치가 높아질 것이란 계산에서다. 반면 캘리포니아 머린 카운티에 사는 에너지 상담가 베벌리 알렉산더(49)는 재정상담가의 도움으로 105세까지 산다는 가정아래 노후설계를 했다. 그리고 “마음이 편안하다”고 했다.
어느 노후대책이 바람직할까. 후자의 경우는 전통적인 방법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방법에 반기를 든 것이 ‘적게 저축하자’는 주장이다. 일례로 1931년부터 1941년 사이에 태어난 미국인들의 80% 이상이 필요한 노후자금보다 더 많이 저축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이들 경제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일단의 ‘반동’ 경제학자들이 지난해 발표한 논문 ‘미국인들은 은퇴를 위해서 적절하게 저축하고 있나?’에서 51세 이상 미국인의 88%가 노후 자금을 충분히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런데 언론에는 미국인들이 노후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심각한 위기가 초래될 것이라는 경고성 메시지가 자주 등장한다고 이들 학자들은 지적했다. 재정관련 회사들이 ‘부지런한 개미와 게으른 배짱이’의 이솝 우화를 들먹이면서 이를 더욱 부추긴다고 비난했다. 이 연구는 또 젊어서 필요 이상의 돈을 저축하는 것은 젊음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논문은 미국인은 경제력, 교육수준, 인종에 상관없이 필요 이상으로 저축한다고 했다. 히스패닉이 비교적 저축을 적게 하지만 그래도 그다지 심각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진짜 저축이 부족한 그룹도 있다고 이 논문은 지적했다. 배우자와 사별했거나 이혼했거나 아예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은퇴를 홀로 맞는 사람은 저축부족 현상에 직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틀리코프 교수의 계산법은 다른 재정자문회사들과 다르다. 그는 은퇴자금을 산정한 이들 회사의 방식이 잘못됐다고 한다. 피델리티의 경우 36.4%나 높게 책정되었으며 뱅가드는 53.1% 과도하게 계산됐다고 한다. 또 TIAA-CREF의 계산법은 코틀리코프 자신의 계산법에 비해 78%나 많게 나왔다고 했다.
소셜시큐리티 연금, 부동산, 생명보험 등 여러 가지 변수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산을 했기 때문에 저축액이 부족하다는 판정이 나온다고 했다. 결국 잘못된 계산으로 인해 국민들은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더욱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더 많은 돈을 저축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는 결국 젊은 시절의 불필요한 불편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들의 돈을 맡아 굴리는 재정자문회사들은 짭짤한 수익에 희색이지만 말이다.
<뉴욕타임스 특약-박봉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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