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서울역 앞에서 우동을 팔아온 김복순(83) 할머니가 지난 10일 세상을 떠나자 그녀의 삶에 대해 이야기를 들은 많은 사람들이 감격하며 그의 죽음을 기리고 있습니다.
김 할머니는 서울역 앞 2평짜리 가게에서 우동과 어묵을 팔며 모은 전 재산(장위동에 소재한 2억7000만원 상당의 빌라)을 경희대학에 기부했고 또 늙은이의 몸이지만 학생들의 배움에 조금이라도 유익하게 사용된다면 고맙겠다며 경희대 의과대학에 연구용으로 자신의 시신을 기증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9남매의 장녀로 경남 거제도에서 태어났지만 “입 하나라도 줄이겠다며 어린 나이에 상경해 서울역 앞에서 우동 장사를 시작했습니다.
1970년대 고생 끝에 식당을 연 뒤 고향인 거제도 창호초등학교에 책상과 걸상, 악기 등을 여러 차례 기증했고 또 해마다 겨울이면 어려운 이웃에게 내복을 사서 나눠줬습니다.
김 할머니는 1998년에 그녀가 살고 있던 장위동 집을 기증하기로 경희대 쪽과 약속했고 2002년에는 돈도 필요 없다며 가지고 있던 현금 전부인 8,800만원을 경희대에 건네면서 이제는 늙은 몸일망정 학생들 공부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며 시신 기증도 약속했습니다.
김 할머니는 젊었을 때 남편과 사별한 후, 오갈 데 없는 고아나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을 데려와 키워냈습니다.
그래서 할머니의 임종을 지켜본 세 딸은 모두 성이 다릅니다.
할머니를 ‘호랑이 어머니’라고 말하는 막내딸 김미진(26)씨는 가족들에게는 꽁보리밥을 먹이면서도 이웃에 쌀을 사서 돌려, 어린 마음에 투정이라도 할라치면 ‘너희들은 내가 주는 사랑이 있으니 괜찮다’며 엄하게 타이르곤 하셨다며 잘못한 일이 있으면 회초리를 드는 일도 많았지만 항상 먼저 눈물을 보이시는 어머니였다고 말했습니다.
입양한 세 딸은 벌써 장성하여 출가했지만 할머니의 뜻에 따라 우리를 이만큼 키워 주신 것만도 고마운데 무엇을 더 바라겠느냐며 김 할머니의 재산의 상속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작성했습니다.
택시 운전을 하는 둘째 사위 하민호(39)씨와 둘째딸 심명희(38)씨 부부도 김 할머니처럼 향후 경희대에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지금은 비록 어렵게 살아가고 있지만 장모님의 모습을 보며 행복한 삶에 대해 배우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김 할머니와 함께 살아왔던 막내딸 미진(26)씨는 할머니가 세상을 뜬 뒤 빌라 기증 약속을 지키기 위해 이사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경희대학교는 김 할머니가 기부한 재산으로 ‘김복순 장학재단’을 만들어 어려운 환경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김 할머니와 같은 분들의 훈훈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깨닫는 것은 감동이 넘치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가진 소유가 아니라 남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이며 그것은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정충영 경북대 명예교수, ‘남산 편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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