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가 취재과정까지 공개하는 <추적> 시리즈를 기획하고, 이달 8일(토) 서울대 출신·병원재벌 딸 사칭 발칙한 사기꾼 스토리에 이어, 지난 24일(월)부터 3차례에 걸쳐 “2년여만에 확정판결 내려진 북가주 ‘옛날짜장’ 소송을 연재하자, 몇사람이 <추적>이 다루게 될 사안들의 기준에 대해 궁금증을 보였다. 개중에는 공연히 지나간 일을 들쑤시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철석같이 믿었던 보험업자한테 사기를 당했다거나, 어찌어찌 곡절끝에 한국에서 며느리를 들였는데 영주권을 받자마자 아들을 가정폭력자에다 미성년자 성추행자로 몰아놓고 빠져나갔다거나(영주권을 노린 결혼과 가정폭력 피해자 구제제도를 이용한 이혼), 가끔 정신이상 증세를 보이는 아들이 경찰로부터 부당행위를 당해 어느 변호사에게 맡겨놨더니 보상금만 타먹고 사라졌다는 등 피해사례를 들며 (이런) 피해자가 더 생기지 않도록 철저하게 파헤쳐서 <추적>에 좀 실어달라고 부탁한 이들 또한 적지 않았다.
우선 <추적>의 취급사안 채택기준은 대략 이렇다. 기자가 취재한 사안들 가운데 한인사회 업그레이드를 위해 ‘제대로 매듭지어져야 하나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않은 사안들’이 우선적 대상이다. 제대로 매듭지어져야 한다는 것은 개인이나 몇몇 소수의 분쟁사안이든, 특정단체 관련 비리사건이나 의혹사건이든, 시작을 다뤘으면 끝맺음도 다뤄야 한다는 당연하고 상식적인 의미다.
엄정하게 시비를 가려야 할 때는 화합 운운하며 양쪽을 다 꾸짖거나 다 껴앉는 듯한 물타기로 본질을 호도하고, 사안의 성격상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 일정기간 가치판단을 유보한 채 입체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는 단편적 측면을 집중 부각시켜 어느 한쪽을 단죄하는가 하면, 잘못이 드러나면 해명과 사과 대신 세인들의 뇌리에서 사라지기만 기다리는 듯 감감무소식 침묵으로 일관하거나 이상한 궤변으로 뒤덮으려는 행태가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스스로 경계하고 서로 경계하는 차원에서도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풍토’를 가꿔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문제는 ‘제대로 매듭짓기’의 기준이다. 이것이 엄정해야 한다. 자칫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소지가 있고, 그럴 경우 <추적> 시리즈의 진정성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기자는 소위 문제사안들 가운데 당사자들이 합동기자회견이든 단독인터뷰든 회의석상 구두발언이든 문서에 의한 것이든 공식적인 해명이나 사과를 한 사안에 대해서는 제외한다는 입장이다. 특정단체 일부인사의 잘못된 행태가 문제된 경우 그 단체가 내부적으로 해당인사에 대해 책임있는 조치를 취한 경우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나 형식상으로는 해명과 사과의 모양새를 갖추면서도 내용적으로는 진실호도와 책임전가에 그쳤던 사안들에 대해서는 ‘매듭짓기를 빙자한 물타기 방지’ 차원에서도 더욱 철저하게 규명해야 한다고 본다. 사실, 한인사회의 여러 사건들(분쟁 의혹 비리)이 다름 아닌 이런 방
식으로 처리되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곤 했기에 잊을만하면 동종유사 사건들이 재발돼 왔다는 것이 기자의 판단이다. 엊그제 저기서 물의를 일으킨 인사들이 오늘 여기서 버젓이 행세하는 뻔뻔한 도덕불감증은 그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 사람들이 속한 사회 전체의 문제다. 그러므로 <추적>이 필요없는 그날까지 <추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정태수/편집국장 tsjeong@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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