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부염 (Dermatitis)
▶ (4) 탈(脫) 스테로이드
김미성
피부관리 국제면허 소지자
스테로이드의 부작용과 독성이 무섭긴 무서운 모양이다. 특히 한국과 같이 아토피성 피부염이 많은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중독자도 많을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한국에서 왜 그렇게 아토피성 피부염이 늘어났는지도 참으로 의아한 일이다. 서구식으로 변한 식생활 탓이라든가 공해 또는 과다한 조미료 섭취 같은 것이 이유라고 짐작만 할 뿐이다. 오죽하면 아토피(Atopy)라는 말 자체가 옛 그리스어로 “이상한, 부적절한, 불분명한” 따위에서 기원했을까. 하여튼 신조어를 잘 만들어내는 한국인들이 요즘 탈 스테로이드 즉 스테로이드에서 벗어나는 치료로 간단히 ‘탈스’라는 단어를 많이 띠우고 있다.
‘탈스’야 말로 지난 시절 약을 팔던 사람도 그 부작용은 잘 모른 채 오직 스테로이드의 효능만을 믿고 가마니로 수입 해다 만병통치약으로 팔던 시절에, 약을 사는 사람도 본인이 스스로 반은 의사가 되어 함부로 이약 저 약을 사다 먹고 바른 후유증이 나은 현상이다. 스테로이드에서 벗어나는 길은 지난 번에 얼마나 혹독한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대충이야기 했으므로 최근에 만난 예쁜 환자 마리의 경과보고로 이 글을 끝맺음 하겠다.
반드시 스테로이드를 끊겠다는 각오로 병원을 찾은 마리는 우선 지금까지 사용하던 스테로이드를 서서히 용량을 줄여 끊어나가는 처방을 받았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토요일이나 일요일쯤에 연락이 온다. 가려워서 도저히 못 참겠다고 하소연하는 마리의 목소리가 하도 절실해서 그 고통이 손에 잡힐 정도이다.
여기서 잠깐! 왜 이런 응급상황은 주로 주말이나 밤이나 하여튼 뭐, 영업시간이 아닌 때에 주로 발생할까? 이런 게 소위 인생의 룰이란 것인지? 급히 응급망을 가동해서 가려움을 느끼는 히스타민을 저지하기 위한 항히스타민제를 투여하여 간신히 가라앉히기를 두 번(그것도 일요일에만). 그 때마다 월요일에 병원으로 찾아오는 마리의 얼굴은 온통 빨갛게 부풀고 진물이 잡혀 설사 가려워서 긁으려 해도 어디 손을 댈 곳이 없을 정도이다.
이 때 투여하는 항히스타민제도 한꺼번에 중단하지 않고 대략 2주에 걸쳐 서서히 용량을 줄여가며 끊어야 한다. 이렇게 서서히 끊는 법을 테이퍼링(tapering)이라고 하는데 상당히 많은 약물들이 태이퍼링을 해야 한다. 혹시 처방을 받을 때 태이퍼링이라는 말이 나오면 반드시 시키는 대로 용량을 지키며 끊어야 한다.
약을 태이퍼링하는 이유는 우리 몸이 약물을 투여하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기 위해, 또는 약물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게 우리 몸이 조절하는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두 번의 난리(?) 끝에 점차 다른 약물 없이도 가려움증을 견뎌낼 만큼 치유되고 또 그러기를 몇 번 끝에 드디어 모든 약을 끊게 되었다. 피부는 얇아져 실핏줄들이 드러나 보이지만 그래도 스테로이드에서 탈출한 것이 마리는 너무나도 기쁘단다. 지금 마리는 비타민 A를 이용한 피부 재생치료를 받고 있으며 다음 주 쯤엔 피부의 탄력과 콜라겐 재생을 위한 더마지 리프트(Thermage Lift)를 시술받을 예정이다. 이 과정을 지켜본 필자에게 마리는 너무나 고맙고도 대견한 사람이 되었다. 그 고통스러운 시간동안 돌팔이라고 의심하지 않고 꿋꿋이 의사의 지시를 따르며 인내해 준 환자는 정말 훌륭한 사람인 것이다. 그간의 고통이 보상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더마지 시술 후의 더욱 예뻐질 마리를 기대해 본다.
문의 292-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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