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갱 단원인 ‘홈보이 베이커리’ 종업원이 갓 구어 낸 빵을 진열하고 있다. 팔에 새긴 문신이 그의 전력을 말해주고 있다.
‘홈보이 실크스크린’이 만들어 낸 티셔츠 류 매장에서 일하고 있는 전직 갱 단원.
비즈니스도 살리고, 전과자도 돕는 ‘이색 기업’
갱 멤버 사회 복귀 목표… ‘홈보이 인더스트리’
서너 개의 작은 업소를 거느린 기업이 있다. 이 회사 소재지는 LA. 외양으로 보아서는 별 특별한 것이 없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주목하고 있다. 작은 비즈니스, 작은 회사가 전직 갱 멤버들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보이 인더스트리’로 불리는 이 기업은 한 예로 실크스크린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 이 업소는 대학이나, 이벤트 행사를 펼치는 특별 그룹 등에게 티셔츠나 다른 의류를 팔고 있다. 이 업소의 고용원들은 전직 갱 멤버로 티셔츠를 만들어 만든 돈으로 이 기업의 익스펜스를 충당하고 있다. ‘홈보이 실크스크린’은 LA 다운타운을 통과하는 프리웨이 아래에 있는 웨어하우스에서 12년 전에 문을 열었다. 현재 고용원은 18명이고 연간 110만 달러 정도의 재정수익을 올린다.
‘홈보이 베이커리’- 이 역시 ‘홈보이 인더스트리’가 거느린 업소의 하나다. 이 ‘홈보이 베이커리’는 빵 굽는 오븐 등 3백만 달러의 시설을 갖춘 업소로 1~2년 내에 수백만 달러의 재정수입을 올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 업소에 고용된 전직 갱 멤버는 25명으로 이들은 사회에 진출하기 위해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제빵사로서 직업훈련도 받고 있다.
‘홈걸 카페’도 산하 비즈니스다. 갱과 밀착된 삶을 살아 왔거나 우범지역 출신 소녀들 27명이 고용됐다. 이 카페는 주 6일간 영업을 통해 아침과 점심을 판다. 지난 5개월간 올린 수익은 22만달러다. ‘홈보이 메인터넌스’도 한 달에 6,000달러 정도의 수릭을 올린다. 그리고 홈보이 티셔츠와 모자 등을 전문으로 파는 홈보이 매장도 지난 3개월간 2만5,000달러의 매상을 올렸다.
이렇게 산하 업체를 소개하다보니 마치 새로 약진하는 재벌그룹인 것 같이 보인다. ‘홈보이 인더스트리’는 그러나 비영리 자선 기구다. 이 ‘홈보이’의 지난해 예산은 500만 달러로, 재정수입보다는 전직 갱 멤버들의 사회복귀 서비스에 강조점을 두고 있다.
“돈을 벌어들이는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목적은 무료로 제공되는 갱생 프로그램을 재정적으로 돕기 위해서다.” 20년 전 이스트 LA에서 ‘홈보이 인더스트리’를 시작한 로마 가톨릭교회 예수회 신부 그레고리 보일의 말이다. 보일 신부가 디렉터로서 이끌고 있는 ‘홈보이 인더스트리’는 전직 갱 멤버에 대한 정신적 치료에서 주거보조, 직업개발 카운슬링, 그리고 문신제거 서비스도 제공하고 있다.
문신제거는 패션용이 아니다. 전직 갱 멤버들의 신변안전과 거의 직결된 문제다. LA 경찰국에 따르면 LA일원에는 250여개의 갱 조직에, 2만6,000여명의 갱 멤버가 암약하고 있다. 이 라이벌 갱들은 문신을 통해 스스로의 소속을 표시하고 있다. 이 갱들로 인해 지난 5년간 모두 1만2,000건의 폭행에, 1만건의 강도, 784건의 살인에, 500건의 강간사건이 발생했다.
20년 전 LA 관구에서 가장 가난한 교구인 돌로리스 미션 교회로 발령을 받았을 때 보일 신부는 이 지역 젊은이들을 범죄와 투옥으로 이어지는 갱 사이클의 악연에서 끊어내는 방법 은 일자리를 주는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그래서 그가 먼저 착수한 것은 ‘장래를 위한 직업’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개과천선의 길을 걷고 있는 전직 갱 멤버들을 고용하도록 업소들을 찾아다니며 설득에 나섰다. 그러던 중 1992년 할리웃의 프로듀서 레이 스타크로부터 기부금이 들어왔고 이 돈으로 버려진 빵가게를 사들였다. 보일 신부는 여섯 명의 ‘홈보이’(갱 멤버를 말함)들과 함께 시설을 수리하고 빵과 토티야를 만들어 냈다. 이 토티야 세일을 통해 식당에 빵을 공급하는 큰 제빵회사에 빵을 대는 계약을 따내게 된 것이다.
‘홈보이 베이커리’의 고용원들은 상당히 구시대적인 방법으로 빵을 만든다. 반죽기계를 쓰지 않는다.
손으로 반죽을 한다. 그들을 지도한 ‘매스터 베이커’의 독특한 철학 때문이기도 하다. 손의 긴장감과 온 정신이 쏟아진 반죽을 통해 빵을 만들어 내야 한다는 철학이다. 기계를 안 쓰는 또 다른 이유도 있다. 보다 많은 전직 갱 멤버를 고용하기 위해서다.
전 LA 카운티로 서비스 확대계획
‘홈보이 인더스트리’는 한 해에 5,000건이 넘는 직업개발을 위한 인터뷰를 실시한다. 하루에 15명이상의 전직 갱 멤버들을 인터뷰 한다는 계산으로, 보일 신부가 주로 맡아서 한다. 그의 부재 시에는 이 기구의 수석 오피서 베로니카 바르가스가 그 일을 맡는다.
이 인터뷰를 통해 이 기구는 일종의 데이터베이스를 축적해 나간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 또 도움을 주었으면 얼마나 오랜 기간 동안 도움을 주었는지 등등 그렇게 모인 자료는 갱 멤버 등 전과자들의 사회복귀 프로그램에 중요한 참고가 되는 것이다.
이 기구는 현재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LA 시청에서 불과 몇 블록 떨어지지 않은 곳에 새로 헤드쿼터를 마련하고 아프리칸-아메리칸 갱 멤버들에 대한 보다 활발한 접근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전체 LA 카운티로 그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게 ‘홈보이 인더스트리’의 계획이다.
이 ‘홈보이 인더스트리’에 그렇지만 한 가지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스몰 비즈니스에 공통된 그런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창업자가 사라질 때 스몰 비즈니스들은 성장이 중지되거나 심하면 문을 닫기도 한다. 보일 신부가 6년 전 백혈병에 걸렸기 때문에 나오는 우려다.
쓸데없는 기우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보일 신부의 건강이 극히 악화됐을 때 그런 걱정을 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기구는 보다 많은 탈렌트를 가진 인력을 확보하고 있다. 거기다가 가톨릭교회의 예수회가 돕고 있고 갱생에 성공한 전직 갱 멤버들이 헌신적으로 뛰고 있어 ‘홈보이 인더스트리’는 확장 일로에 있다.” 이 기구의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마이클 헤니건의 말이다.
<뉴욕타임스-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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