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릴렌드 한인회가 주최한 교육 다큐영화가 지난 15일 콜럼비아의 아리랑
의료복지센터에서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황리에 상영됐다. 한국의 김명준 감독이 3년 반이나 재일동포 학생들, 교사들과 함께 생활하며 꾸밈없이 사실을 토대로 그들이 일본의 온갖 차별과 냉대를 이겨내고 우리말과 글, 민족정신을 지켜나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그렸다. 너무도 감동적이어서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의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런데 17일자 한국일보에서 ‘다큐 영화 우리학교 진통 끝 상영’이라는 기사를 보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애초에 ‘빌립보 교회’에서 상영키로 됐으나 교회에서 상영을 취소해서 장소가 변경됐다는 것이다. 나는 한인회 광고에 장소가 ‘빌립보 교회’로 돼 있어 교회로 갔다가 장소가 변경됐다기에 아무런 생각 없이 이전된 장소로 갔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상영허가를 했던 교회가 이념문제를 이유로 상영을 취소했다니 더욱 내 마음을 슬프게 한다.
‘빌립보 교회’가 변심을 해야만 할 ‘이념’이 도대체 무엇이고 어떤가를 알아 볼 필요를 느꼈다. ‘우리학교’라는 영화는 한국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운파상을 수상했고, 2007년 네티즌이 뽑은 올해의 독립영화로 선정됐다. 우리나라 역대 다큐부문 최다 관객을 기록했고, 국내 독립영화 최고 히트작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일본에서는 우리말과 글을 보존하고 민족의 고유한 얼을 지키고자 재일동포 1세들이 버려진 땅에 우리말 학교를 무려 540개나 만들었다. 일본이 항복한 직후, 일본 주둔 미군정은 일본 당국과 함께 동포들의 민족교육 말살정책을 실시하여 가혹한 탄압을 강요했던 것이다. 탄압이 가장 절정에 이르렀던 1948년, 우리말과 글을 지키고자 모든 재일동포들이 총궐기하여 떨쳐나섰던 유명한 ‘4.24 교육투쟁’도 있었다. 지금도 갖가지의 제재와 제약이 계속되는 가운데도 재일동포들은 피로써 지켜낸 우리 학교를 80여개나 운영하고 있다.
영화의 무대가 일본의 북단에 있는 홋카이도 유일의 총련계 ‘조선초중고급학교’라는 것과,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평양으로 간다는 것을 교회가 이념문제로 지목한 모양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에 김명준 감독이 학교 설립과 성장과정에 북의 지원을 받았기에 북을 조국이라 부른다는 말도 교회에서는 시비의 대상이라고 봤으리라 짐작이 간다. 남한의 영화감독에 의해 만들어졌고, 남한에서 수 십 만의 관객을 동원했고,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작품이라는 사실로도 충분히 우수한 영화이자 볼 가치가 있다고 느껴진다. 하물며 한국에서 버젓이 절찬리에 상영된 영화를 사상이나 이념을 가지고 들여다본다는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일본 총련의 ‘금강산 가극단’이 몇 번이나 남한에서 인기리에 공연을 했고, 북한에서 유행하는 ‘휘파람’이라는 가요가 남한에서 인기 있는 노래였다는 것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인기가수 이미자, 조용필 등 외에 많은 남한 가수들이 북한에서 공연을 해서 많은 갈채를 받은 바도 있다. 최근에는 뉴욕필이 평양에서 역사적인 연주를 함으로써 북미의 해빙을 예고했다.
분단된 우리 민족의 최대 과제는 남과 북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다. 이념이나 사상을 초월해서 민족의 화해와 번영을 추구한다는 남과 북이 이미 합의한 각서도 있다. 일반 사람들이 그런 이유로 영화 상영을 불허 한다면 교회는 그들에게 모범을 보인다는 의미에서도 기꺼이 허가한 영화 상영을 밀고나갔어야 타인의 존경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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