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 개의 촛불들이 서울을 뜨거운 불바다로 절절 끓여내고 있다. 철부지 아이들이 무등 태워 나오고 간난 아기들도 유모차에 실려 시위현장에 동원됐다. 엊그제 내손으로 뽑아놓은 그 대통령의 면전에서 “미친 소 너나 먹어라”며 온갖 욕지거리에 삿대질까지 해대는 바람에 기세등등하던 권좌의 인기가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이다. 첫 단추를 잘못 낀 ‘명박호’의 불안한 항해를 크게 우려했던 필자의 적색경보발신(5월3일 본보 칼럼)은 그만 무색해지고 말았다.
급기야 시위는 정권퇴진 운동으로 비약했고 촛불은 청와대를 태워버릴 맹렬한 기세로 타들어가고 있다. 언제 터질지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조국의 아슬아슬한 순간을 멀리 미국소의 본고장에서 바라보는 해외동포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도대체 광우병이 뭐 길래 촛불시위의 단초가 되었을까?
쇠고기의 폭발적인 수요에 공급을 맞추려는 일부 악덕업자들이 초식류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 인위적 성장발육을 강제시킨 범죄성 상혼이 만들어낸 불량품이라는 학자들의 일치된 견해다. 이를테면 초식류인 체질 속에 육류성이 들어가면 탈이 나고 병이 생기게 되는데 소가 미쳐서 비틀거리며 괴로워 하다가 쓰러지는 것은 다 그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다.
같은 초식류의 인간들에게도 육류보다는 체식이 백배 몸에 좋다는 건 이미 통용되는 정답이고 고기 음식을 피해야 환자의 병세가 빠르게 회복된다는 의학계의 강력한 충고도 그래서다. 특히나 이런 육류를 금기시 하는 스님은 물론 안식교인들의 채식위주의 식생활을 보더라도 그게 꼭 교리나 신앙문제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다.
촛불시위를 두고 “수구 반정부집단의 조직적 항거”라느니, “북쪽이 사주한 좌파세력의 반미 선동”이라느니 온갖 설 들이 추측 난무하지만 누가 뭐래도 이번 파동의 배후는 쇠고기를 열심히 먹어치운 ‘무절제성 먹자문화’가 공급을 부추겨서 만들어낸 인간들 자신이 배후이고 육식을 너무 즐긴 우리가 다 그 공범이라는 사실, 어찌 부인할 수 있겠는가.
한때는 “못 살겠다 갈아보자”며 거리로 뛰쳐나왔던 가난하고 배고팠던 시절의 피맺힌 절규가 있었다. 하지만 더 좋은 고기를 먹겠다며 난리를 쳐대는 지금 이 소리는 그때의 함성이 아니다. 물론 “미군 물러가라” “명박 OUT”같은 아슬아슬한 목소리도 간간히 섞여 나오긴 하지만….
미친 소니, 촛불이니 다 관심 없다. 주제넘게도 필자의 눈에는 촛불의 숫자보다 몇 배나 더 많은 미개국 어린이들의 굶어 죽어가는 참담한 모습만이 촛불시위 너머로 보일 뿐이다. 그 가냘픈 신음소리가 “미국 소 싫다”는 내 동족들의 아우성에 가로막혀 세상이 들을 수 없게 됐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한 일 아닌가. 이게 한국의 시위꾼들과 한 피를 나눈 죄책감 때문에 필자가 무고한 어린 영령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없는 이유인 것이다.
보나마나 촛불의 주인공들 태반이 내일이면 또 교회로 몰려가 이웃사랑에 대한 설교를 듣게 될 것이고, 남을 위해 열심히 베풀며 살겠다는 고백의 기도를 드리게 될 교인들일 텐데….
우는 자 앞에서 크게 웃는 건 짐승이면 몰라도 정을 가진 인간으로서 할 짓이 아니다. 하물며 굶어 죽어가는 사람 앞에서 고기타령이라니… 그건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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