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혈 참극이 하루가 멀다 하고 빈발하는 바람에 뉴스 보기가 무섭다는 느낌을 가질 만도 하다. 그런 세상에서 좌익 게릴라 조직인 콜롬비아 무장혁명군(FARC)에 납치되었던 잉그리드 베탕쿠르(46) 여사를 위시한 15명의 인질들이 구출된 것은 영화 이상으로 극적이고 가슴을 뿌듯하게 만드는 사건이었다.
베탕쿠르 여사가 누구인가. 나이가 40일 적, 그러니까 6년 전 콜롬비아 대통령 후보로 유세 중 FARC 조직에 의해 납치된 최고위직 인물이다. 외교관인 아버지와 미스 콜롬비아 출신으로 하원의원을 지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파리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프랑스 외교관과 결혼한 까닭에 프랑스 국적도 가지고 있는 소위 재색을 겸비한 미녀 저술가 겸 정치인이다. 첫 남편과 이혼하고 1990년 콜롬비아로 돌아온 베탕쿠르는 1994년 반부패를 구호로 총선거에 임해 하원의원이 되었다. 불과 4년 뒤에 그는 ‘녹색 산소당’을 창당해 상원의원이 되었다. 1996년에 출간된 그의 자서전은 콜롬비아의 마약 카르텔 및 FARC와 마약조직과의 관계를 고발하는 내용으로 부정부패에 대한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였다고 평가받는 모양이다. 그래서인지 두 차례나 암살당할 뻔 했고 딸과 아들을 살해협박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프랑스로 보낸 사람이다.
베탕쿠르 여사가 2002년 FARC가 자주 출몰하는 남부지방에서 대선 유세 중 납치된 다음 FARC는 정부군에 잡혀 수감생활을 하는 FARC 전투원들과 그를 교환하자는 제안을 여러 번 해왔었다. FARC에 10년 이상 잡혀있던 콜롬비아 고위 장교와 경찰 간부 11명, 그리고 코카 농장 파괴를 위한 용역을 하다가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포로가 된 미국인 3명과 더불어 FARC 쪽의 수백 명과 맞바꾸자는 교환 계획의 중심인물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FARC의 수뇌부에까지 침투한 콜롬비아 정부군 쪽의 제보를 이용한 이번 구출작전은 총 한 방도 발사되지 않았고 한 명도 다친 사람조차 없는 대담한 쾌거였다. 인질 경비를 맡고 있던 지역 지휘관에게 인질들 15명을 FARC의 신임 최고사령관 쪽으로 보내라는 명령이 하달된 것처럼 꾸며졌다. 헬리콥터 2대를 보낼 터인데 한 대는 공중에 있고 또 한 대가 착륙하면 지역 지휘관과 2명의 경비병이 15명의 인질들을 태우고 다 함께 최고사령부 쪽으로 오라는 명령이었다. 헬기에서 내린 사람들은 모두 게릴라 복장에 쿠바 공산혁명의 영웅 ‘체 게바라’의 사진이 새겨져 있는 셔츠를 입고 있었다. 포승 상태로 헬기 바닥에 앉아있던 인질들은 이륙 직후 세 명의 인질 감시병들을 무장해제시키는 헬기 승무원들을 보고서야 자기들이 자유의 몸이 되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정부 특수부대원들이 그들을 포승에서 풀어준 다음 “우리가 기쁨에 겨워 팔짝팔짝 뛰고 소리치는 바람에 헬기가 잠시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질 정도였다”라는 게 베탕쿠르 여사의 기자회견 때의 표현이었다.
어머니와 남편과 만난 그는 “살아서 나올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라면서 눈물을 흘리는 게 CNN 등에서 방송되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베탕쿠르 여사의 아들 딸에게 대통령 전용기를 내주어 콜롬비아로 당장 날아가 어머니와의 눈물겨운 해후를 하게 해주었다.
미국인 인질 3명도 미국으로 무사히 돌아왔다. 이 같은 구조작전이 인명피해 하나도 없이 이루어진 것은 거의 기적적이다 라고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이참에 FARC에서 정부 쪽 권유대로 평화협상에 임해 40년 이상 끌어온 게릴라 전쟁 및 마약세력과의 제휴에 종지부가 찍혔으며 얼마나 좋을까 라고 생각해본 사람들도 있는 모양이다. 반대로 체면을 상할 대로 상한 FARC가 정부 쪽 침투자들을 색출하며 큰 유혈극이 있을까봐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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