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채팅이 일반화된것은 꽤 오래된 일이지만 나에게는 그다지 매력을 주지 않았다. 전화기를 한쪽 귀에 걸치고 바쁘게 뛰어다니며 멀티 태스킹을 하는 나로서는 가만히 화면앞에 앉아 누군가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손주 손녀를 보고싶어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하여 드디어 화상채팅을 설치했다.
이역만리서 손자 손녀를 그리워하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화면으로 만나니 참 감격적이었다. 어머 많이 컸구나. 벌써 이가 났네. 얼굴에 살이 붙었구나. 세상에, 세상에...
처음에는 손자도 어리둥절하여 한참 화면으로 쳐다보더니 몇번 하니 그것도 시시한가보다. 남들 애들은 말하기 시작하면 1시간이고 채팅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우리집 아들은 채팅만 키면 꿀먹은 벙어리로 바뀌고 이리저리 할아버지 속도 모르고 도망만 다닌다. 뭣모르는 손녀는 잠시 가만히 앉아있긴 하나 곧이어 지루하다고 칭얼댄다.
아이고, 어머님 얘들이 우네요. 다음에 연락 드릴께요. 항상 그렇게 급하게 끊게 된다.
한국시간으로 아침이면 여기는 제일 바쁜 시간. 아이들도 좋아라하지 않는 터에 자연스럽게 채팅을 점점 안하게 되었다. 그런데 며칠간 채팅 신청이 뜸한 어느날 밤 늦게 어머님께서 전화가 오셨다.
지금 혹시 채팅 신청했니? 네? 지금 아이들 한참 자는 시간인데요.. 그렇지? 너희 아버님께서 오버하셨구나. 아니다, 자라.
전화를 끊고나니 찡했다. 얼마나 손주 손녀가 보고싶으셨으면... 새벽부터 일어나 기다리고 기다리시다가 이제 전화하셨구나.. 말도 안듣고 도망다니는 손자와 쳐다도 안보고 고개돌리며 우는 손녀. 그 모습이라도 보고싶으셔 아침부터 기다리신 할아버지 할머니의 마음. 그 사랑을 부모인 나인들 알까.
다음날 나는 아이들을 나란히 앉혀놓고 전화를 드렸다.
모처럼 딸 아이에겐 삔도 꽂고 아들에겐 노래 연습도 시켰는데 하필이면 그날따라 나가셨는지 전화를 안받으셨다. 나중에서야 연락이 된 다음에는 작은 애는 잠이 들었고 큰애는 또 저기 멀리로 도망가 있었다. 오늘도 또 못했네. 아이고..효도하려고 시작된 화상채팅이 괜히 할아버지 맘만 들뜨게 하고.. 자식 사랑은 원사이드라던데 무슨 연예인이랑 화상채팅하는 것도 아니고 아이들아 그만 좀 팅기자. 할아버지 애태우는 화상채팅에 괜히 죄송함만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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