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한국에서 발행된 21세기 찬송가가 미주에서 보급이 미미하자 미주찬송가공회(회장 백경환 목사)가 적극 홍보에 나섰다.
미주찬송가공회는 지난 7일 열린 LA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목회자 150여명을 초청, 오는 24일 한국찬송가공회와 공동으로 21세기 찬송가 홍보축제를 연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정작 한인 목회자들은 “아직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한인 교계가 인정하는 찬송가집으로 인식되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21세기 찬송가는 ▲통일찬송가의 558곡을 645곡으로 크게 늘리고 ▲교회절기, 성례전용 찬송곡을 확대했으며 ▲영미권 외 국가의 찬송을 수록하고 ▲선교대국으로 성장한 한국 교회의 상황을 감안 한국인이 지은 노래를 종전보다 훨씬 많은 90여곡을 포함시키고 ▲문제가 된 외국 민요나 국가를 일부 빼고, 신앙적, 문법적 문제가 제기된 가사를 수정하는 등의 특징을 담고 있다.
미주 한인 중에서는 김순세 장로, 백경환 목사의 노래와 캐나다 밴쿠버에 거주하는 정용철, 반병섭 목사의 노랫말이 채택됐다.
그러나 21세기 찬송가가 한국교회의 현실을 반영하는데 미흡했다는 평가도 만만치 않게 대두되고 있다.
우선 비판자들은 ▲클래식 위주 선곡으로 한국인에 의해 작곡돼 널리 불리는 좋은 ‘경배와 찬양’ 곡들이 전혀 포함되지 않았고 ▲기존 곡 중 80여곡을 빼고 160여곡을 새로 넣었으나 다음 개편 때 누락될 수 있는 곡들이 상당히 많은 점 ▲편찬 과정에서 젊은 세대 등 다양한 계층의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점 ▲현시대의 문화적 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점 ▲4부 합창 악보의 화음이 빈약하다는 점 등을 지적한다. 이름만 21세기 찬송가이지 과거와 전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주장이다.
CCM 가수 하덕규씨는 “찬송가는 그 시대의 회중이 검증한 노래가 되어야 하는데 21세기 찬송가는 고급 문화와 대중문화를 나누는 한국교회와 문화의 이분법적 입장을 반영했을 뿐”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격의 없이 드릴 수 있는 예배 문화가 절박한 상황에서 대중 음악적 요소를 경시했다는 설명이다.
하 씨는 그 예로 한국의 문제를 하나님께 토로한 기도의 내용을 담은 고형원의 ‘부흥’, ‘물이 바다 덮음같이’, ‘비전’, 한국교회가 오래 애창해온 송정미의 ‘축복송’, 많은 교회가 사용하고 있는 교제송 ‘당신을 향한 노래’, ‘하나님은 너를 지키시는 자’ 등 대중들이 선호하는 유명한 노래들이 빠졌다고 본다.
21세기 찬송가는 이런 근본적인 약점 외에 미주 한인교계가 변화에 민감하지 못하다는 현실적 제약 속에서 보급에 더욱 애로를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한인교회협의회 부회장 김성도 목사는 “요즘은 성경과 찬송가가 합본으로 출판되는 경향이 많아서 찬송가만 따로 교체하는 일이 쉽지 않다”며 “성경 자체도 개역 개정으로 바뀌는 과정에 있어 문제는 더욱 복잡하다”고 말했다.
교역자들 역시 현재 사용되고 있는 찬송가와 성경을 이용해 목회 및 설교용 자료를 만들기 때문에 새로운 찬송가가 첨가되거나 기존 곡이 빠지는 것이 생각보다 큰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어 그런 불편을 일부러 감수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그러나 김 목사는 “아마 대형 교회에서 시범적으로 사용하거나 교회협 차원에서 지침이 만들어지면 확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미주찬송가공회는 5, 10년 후 다시 찬송가를 개정할 때 미주에 거주하는 작곡 및 작사가의 의견을 더 많이 반영하고 찬송가사 공모, 작곡 장려 등의 노력으로 이민자들의 정서에 맞는 곡들이 많이 포함되도록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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