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S라고 합니다.”
“아,S씨? 안녕하세요?”
“네, 처음 뵙겠습니다. 근데 저를 아세요?”
지난 주 사석에서 만난 어느 분과 통성명을 하다가 몇 달 전 학부모 자격으로 통화했던 분이라는 걸 알고 무척 놀랐다. 한참이 지난 일이지만 그 때는 너무나 황당하고 무례하기까지 한 전화기 저 쪽 그 분의 말투와 느껴지는 태도에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사람인지 시간이 지난 지금껏 궁금할 정도였다. 비록 초면이었지만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 분의 상황과 그 때의 정황을 고려해 보았을 때 그럴 수도 있겠다는 나름의 수긍이 가고 마음 깊숙한 곳으로부터 진심으로 이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래서 이해가 되기 전에 오해가 있다고 했던가.
언젠가부터 가끔씩 나는 무심코 또는 의도적으로 뱉은 내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뿌리를 내렸을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왠지 두렵기조차 하다. 뿌려진 어떤 씨들은 다른 사람의 가슴 속에 크고 튼튼한 나무로 자라 훌륭한 열매를 맺기도 했을 것이고 반대로 찌그러지고 비틀어진 흉한 몰골로 자라 영원히 언짢은 모습으로 남아 있을 내 말들을 생각하면 정말 납작 엎드려 끝없는 참회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이 세상에 말을 잘 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사실 말을 잘하기는 어렵지만 좋은 말을 하기란 그리 어려운 게 아닌 것 같다. 상대방에 대한 진심어린 배려와 이해심만 가지고 있다면 진실 되고 마음에서 우러난 고운 말이 저절로 입에서 나온다. 하지만 이 바쁘고 힘든 와중에 내가 남까지 신경써주게 됐어? 라고 마음먹는 순간부터 넉넉했던 내 마음의 안뜰은 바늘 하나 꽂을 여유도 없을 만큼 좁아져서 가시가 돋치고 배배 꼬인 모난 말들이 술술 나오기 마련이다.
옛말에 ‘몸과 마음과 말은 하나’라고 했다. 마음을 잘 쓰면 말이 고와지고 또한 거꾸로 좋은 말만 하려고 애쓰다 보면 저절로 마음이 순해진다. 힘이 들고 바쁠 때일수록, 피곤하고 만사가 귀찮을 때일수록 내 말과 마음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를 닦는 마음으로 좋은 말을 하자고 다시 마음을 챙긴다면 어느덧 말은 훌륭한 자기 수양의 도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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