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비아 ‘홈 클리닉’ 병원 건립 감독
30년 경력 살려 일년간 구슬땀 봉사
“저 보고 감비아에 가라구요? 무슨 말씀을. 정중히 사양합니다.”
아리프카 의료선교 단체 ‘홈 클리닉’ 대표인 이병인 장로(열린문장로교회)가 병원 짓는 일을 도와달라고 했을 때 이돈희 집사(워싱턴지구촌교회)는 고개를 저었다. 소문으로 듣기에 바람이 불면 반이 모기인 아프리카 대륙을 적지 않은 나이(71세)에 방문한다는 게 무리라는 생각에서였다. 미개하고 가난하고 덥고, 검고... 이게 모두 잘못된 선입감인 것을 이 집사는 나중에 물론 깨닫는다.
한 번 다녀온 후에 결정하라는 유혹에 속아 비행기를 탔던 이 집사는 현장을 돌아보고 돌아와 곧 다시 짐을 꾸렸다. 이번엔 여행 삼아 가는 게 아니라 작심을 하고 떠나는 길이었다.
오랜 지기인 이병인 장로가 이 집사에게 간청하다시피 한 이유가 있었다. 클리닉을 짓기 위해서는 미국서 30년 넘게 건축회사를 운영한 그의 도움이 꼭 필요했다. 그는 실버스프링에 위치한 워싱턴지구촌교회를 지을 때 총감독을 했던 사람이다. 100만달러의 건축 기금은 모였지만 열악한 환경에서 병원을 짓는 잃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공사가 지지부진했다.
정부가 특별히 좋은 곳에 마련해 준 23에이커의 대지에 세워지는 병원 공사는 이 집사가 온 후 빠르게 진척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구촌교회를 지을 때처럼 감독이 돼 현지 건축업자들을 지휘했다. 하지만 자재가 제대로 없고 노동자들의 기술이 부족해 난관이 많았다.
“감비아에서는 소유지에 담을 치지 않으면 자기 것이라고 주장할 수 없습니다. 할 수 없이 23 에이커를 삥 둘러 담장을 설치해야 했지요. 총 1.3 킬로미터나 되는 길이를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의외로 간단하지 않았다. 블록을 나누어 일을 맡겼더니 쌓고 나서 보니까 높이가 안맞았다. 지었다가 부수고, 다시 쌓았다가 허물고...
이런 과정을 거쳐 ‘글로벌 홈 비질로 클리닉’은 작년 6월 문을 열었다. 첫날 무료 검진을 한다고 광고를 했더니 1,000여명이 몰려들어 담장 밖으로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방문자 중에는 아프지도 않은데 병원을 보고 싶고 또 약을 타고 싶어 온 사람도 많았다.
이번 선교가 일생에 처음이라는 이 집사는 “아프리카 방문은 섬김에 대한 의식을 바꿔놓은 너무 소중한 경험“이라고 털어놓았다. 먹는 것, 입는 것 어느 하나 편할 리 없었지만 보람이 크니까 아내 이신옥씨도 데리고 가 6개월을 더 머물렀다. 아내는 그곳에서 다른 선교사 가족들을 돌보며 나름대로 바쁜 생활을 했다.
이 집사는 “열린문장로교회가 현재 많이 후원하고 있지만 ‘홈 클리닉’은 타 교회에도 열려있는 선교사업”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회나 독지가의 힘으로 되는 게 아니라 한인 교계 전체가 꿈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선교 활동이라는 의미다. 2만 스퀘어피트 규모의 ‘글로벌 홈 비질로 클리닉’ 건립 프로젝트는 볼티모어의 벧엘교회 등도 도움을 줬고 지금은 캐나다, 노스 캐롤라이나 등에서 온 한인 의료진들이 6개월 혹은 1년간 머물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지만 구슬땀을 흘렸던 현장을 다시 찾아가 보고 싶다”는 이 집사는 당시의 추억들을 되새길때 마다 가슴이 벅차다.
<이병한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