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골프채를 잡았을 땐 웃음이 나왔다. 땅에 놓여 있는 조그만 공을 면도 평평하지 않고 개 혓 바닥만한 쇠뭉치가 달린 막대기를 휘둘러 치는 것이다.
공이라면 적어도 농구공 정도가 되든지 채라면 얼굴만한 테니스 라켓 정도라면 모를까 그것을 운동이라고… 피식 웃곤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
20년쯤 후 다시 골프를 접하게 된 것은 친구의 권유로 얼떨결에 사게 된 비싼 골프채가 아까워 연습을 하게 되었고 혼자 아무리 책을 봐도 모르겠기에 레슨을 받게 되었다. 그런데 골프를 하며 깨달은 것이 있었다. 소아마비로 왼다리를 쓰지 못하는 나는 공을 치기 위해 스윙을 할 때 몸에 밸런스를 유지하려고 자연스럽게 왼다리에 힘을 주게 되었고 그 느낌은 참 좋았다. 골프가 장애인에게 밸런스 운동이 될 뿐만 아니라 넓고 푸른 골프장에서 운동을 한다는 것이 정신건강에도 무척 도움이 된다는 믿음으로 골프 전도사로 변하게 된 것이다.
LA시에서 운영하는 골프장에는 미리 예약을 하면 장애인이 탈 수 있는 일인용 카트가 있다. 그 카트는 핸드 컨트롤이 될 뿐만 아니라 의자가 180도 회전이 되어 카트에 앉아 볼을 칠 수 있는 특별한 카트다. 골프는 지체장애인 뿐만 아니라 시각장애인이나 지적장애인의 경우에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는 좋은 레크리에이션이며 운동이다.
물론 비장애인의 경우도 어려서부터 골프를 치면서 좋은 매너도 배우고 여유로움을 배웠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요즘 한인사회에서 성행하고 있는 애프터스쿨 프로그램은 한국의 공교육을 비판하고 과다한 사교육비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미국행을 택한 많은 부모들이 다시 그 틀로 들어가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다만 자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을 해야 하고 자녀의 말에 귀를 기우려야 한다는 점이다.
중학교를 다니는 자녀를 둔 부모와 상담을 한 경우가 있었다. 부모는 자녀에게 좋다니 무작정 여기저기 학원을 보내는데 공부하기를 싫어한다고 했다. 아동상담을 할 때 난 꼭 아이와 많은 대화를 한다. 그 아이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우연히 골프를 하고 싶어 했다. 난 당연히 부모에게 골프를 시켜보라고 권했다. 그 아이와 이런저런 미래의 꿈을 이야기하고 헤어진 뒤 두어 달이 지난 후 잘하고 있는지 궁금해 연락을 했다.
대답은 골프를 포기했다는 것이다. 이유인 즉은 한 두 번 아이를 연습장에 데려다 주고 기다리는 동안 자녀가 골프로 대성할 것에 목을 맨 수없이 많은 부모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은 하나같이 얼마나 돈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을 하더라는 것이다. 골프로 성공을 시키려면 집을 몇 채쯤 날려야 한다는 이야기에 그 부모는 지레 포기를 해 버린 것이다. 꿈을 꾸어보기도 전에, 꿈을 향해 자신의 능력을 가늠해 보기도 전에 부모의 포기로 아이는 그냥 하고 싶은 일도 못하고 접어야 했던 것이다.
골프하면 떠오르는 타이거 우드 선수의 모습은 아마 넘지 못할 태산으로 보이던 부모의 꿈이었을 것이다. 그냥 그 아이는 이런저런 학원에 끌려 다니는 것보다 골프를 배우고 싶었던 것이었다. 꿈은 꼭 직업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꿈은 어느 직업을 갖더라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즉 골프를 하고 싶다는 꿈이 꼭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더라도 어려서부터 배워놓으면 건강과 매너도 좋아지고 사회생활을 할 때 더 없이 좋은 인간관계를 맺는 도구가 된다.
아이의 꿈과 부모의 헛된 꿈과 혼돈하지 않고 아이에게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여러 가지 일들을 통해 알아보고 스스로의 꿈을 찾아가도록 지켜봐 주는 여유로운 부모가 되었으면 좋겠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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