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이 우리 엄마의 77번째 생신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부모님 생신이었다. 아버지와 엄마의 생신이 같은 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가 10년 전 돌아가셨기 때문에 이젠 엄마의 생신이 되었다. 생일까지 같은 두분이 결혼하게 된 과정이 재미있다.
결혼 전 아버지는 일본에서 유학을 하셨고, 엄마는 시골에서 초등학교 선생님이셨다. 아버지는 공부하실 때,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가 영화배우나 하지 공부는 뭐하러 하냐고 할 정도로 훤칠한 외모의 소유자이셨다. 일본에서 연애도 많이 하셨지만 결혼만큼은 꼭 한국여자와, 그것도 처음으로 맞선 본 여자와 결혼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귀국한 뒤 첫 선 상대가 바로 엄마셨다고 한다.
엄마의 결혼 상대자의 조건은 꼭 ‘대학을 나온 사람이어야 할 것’이었단다. 당시엔 대학 나온 사람이 많지 않았으니 나름대로는 눈이 높으셨다. 두 분이서 선 보는 날, 아버지 눈에 비친 엄마는 뽀글뽀글 볶은 아줌마 퍼머머리를 한, 말 그대로, ‘촌 사람’ 그 자체였고, 반면, 엄마 눈에 비친 아버지는, 정말 화면에서 튀어나온 영화 배우가 눈 앞에 앉아 계셨다고 한다. 유학까지 한 남자가 잘 생기기까지 했고, 더구나 차남이라고 하니 시댁이 못사는 건 결혼을 망설일 이유 축에도 못끼었단다.
일본에서 학교다닐 때 찍은 아버지의 옛날 여자친구 사진들이 들어있는 앨범까지도 보관하고 계시는 엄마가 아버지 입관 때 울부짖으며 ‘아까워서 어찌 보내나!’하셨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맴돈다. 이렇게 당신의 생일날이 되면 같이 축하 받아야할 아까운 남편의 모습이 더욱 그리우시리라. 엄마, 아버지, Happy Birth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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