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년을 마칠 때 꼭 하는 것 중에 제일 부담 되는 것은 교지와 학습 발표회다.
교지 원고를 위해 봄 학기가 시작 되면서 준비를 해도 출석이 고르지 않은 이유로 한 번에 모아지기 힘들어 마감까지는 애를 먹는다. 그런데 교지 원고 모으기 보다 더 힘들고 맥 빠지는 것은 학습 발표회다. 수업 중간 중간 짬을 내어 연습시켜 놓으면 꼭 종업식 때 빠지는 녀석들이 있어서 황당 했던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찍 계획하여 연극에 동요를 접목 시켜 내용을 녹음 해 놓으면 결석하는 친구가 있어도 발표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하려고 대본 읽기를 시작 했는데, 다른 반이 연극을 하겠다고 계획서를 제출했다. 우리 반과 방법은 다르지만 같은 내용이라 좀 꺼려졌다. 그래서 계획을 수정하려고 하니 학생들이 난리다.
며칠 고민 끝에 합주로 하기로 결정을 하고, 각자 연주 할 수 있는 악기가 무엇인지 파악을 했다. 다양한 악기가 나왔다. 아직 악기를 다루지 않는 학생에게는 템버린과 트라이 앵글을 맡겼다.
그런데 계획대로 척척 될 줄 알았는데 대부분 학교에서 이제 시작하여, 겨우 악보 읽고 키도 완전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라 주(週) 하루 만나 한 시간 연습으로는 어림없는 일이고 갈수록 태산이 되었다. 선곡 된 악보를 각 악기에 맞게 그리는 것도 부담으로 다가왔다.
진퇴 양난(進退 兩難),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 허비한 2주의 시간, 그러나 분명, 한 줄기 빛은 나에게 비추고 있었다. 학부모님들과 말씀을 나누다 한 어머니께서 작곡을 공부 중 이신 사실을 알았다.
부탁에 흔쾌히 답을 주셔서 일사 천리(一瀉 千里), 교사 입장에서는 신이 났다. 음악을 전공하신 어머니께서는 학생들의 실력에 맞게 악보를 다시 그리며 쉽게 편곡을 하여 남은 연습시간 3주, 시간으로는 135분, 열심히 지도해 주셨다. 잘 따라 연습에 임하는 개구쟁이들. 만반의 준비를 갖추니 뿌듯함과 흥분, 한편으로는 누가 결석하면 어쩌지, 한 주간 동안 노심초사(勞心焦思).
기다리던 시간, 천하의 개구쟁이들도 긴장이 되는지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연주, 합창, 연주에 맞춰 모이신 모든 분들과 함께 합창, 짧은 3분이지만 세 시간 공연을 한듯하다.
「높고 높은 하늘이라 말들 하지만 나는 나는 높은 게 또 하나 있지
낳으시고 기르시는 어머님 은혜 푸른 하늘 그보다도 높은 것 같애」
자녀들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시던 학부모님들도 옛 생각이 나는지 모두 숙연해지는 분위기였지만, 희망의 베토벤 바이러스를 발견한 학습 발표회였다. 어머님 은혜, 열정으로 도와 주신 어머님 은혜도 감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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