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처럼 물 처럼 살라하네 !
바이올렛 한
생전에 어머니는 하와이를 3번 다녀가셨다. 처음엔 겨울에 오셨는데 공항에서 집으로 오는 길에 첫마디가 “말대로 하와이가 정말 천국이네.” 였다.
나뭇잎이 푸르고 잔디가 푸르고 꽃이 만발하고 공기 좋고 마냥 좋아하셨다. 한국 겨울의 헐벗은 나무와 누런 잔디와 탁한 공기와 비교가 된 것이다.
처음에 그런대로 좋아하시더니 두 번 세 번째는 완전히 달라지셨다. 이곳이 맨발에다 웃통도 벗어부치고 다니는 막돼먹은 나라라나. 이점이 이곳 매력인걸. 모르시고. 그리곤 답답해서 못살겠다고 집으로 가야겠단다.
답답하실 것이 딸 내외 모두 일하러 가고 손녀딸 학교 가면 쬐그만 집에 혼자 앉아 하늘만 쳐다보며 말 한번 해보지 못하니 성당 친구가 그립고 시장바구니 들고 동네 시장에 가서 생선가게 아줌마, 기름집 아줌마와 티격태격, 아니면 기분이 마구 좋아지면 “워째 그런디야..” 충청도 사투리가 마구 쏟아져 나오는 그런 말을 못하니 답답하실 수밖에. 아무리 공기 좋고 물 좋고 산 좋고 딸내미가 잘해도 성당 할머니와 생선가게 아줌마만 못한 것이다. 결국 네 번째 비행기 표는 취소하고 영영 다시 안 오셨다. 그리고 그 시원하고 편한 분당 아파트도 싫다하고 시장 통에 있는 대추나무 있는 신림동 집으로 붙박이처럼 계시다가 가셨다.
얼마 전 이곳 하와이의 한 어른이 따님이 살고 있는 오리건 주에 다녀오셨다. 듣기에 호수와 큰 나무들이 늘어서있는 거리에 있는 맨션이 참 아름답고 주위 풍광이 그림처럼 멋있는 것 같다. 한 달을 그곳에서 따님으로 부터 온갖 정성을 다 받으셨다. 따님이 함께 그곳에서 살자 했는데 왜 가시지 않느냐고 여쭈니 대답이 이러하다.
“우선 하와이엔 공기가 내 몸에 좋고 친구가 있고 내 할일이 있다. 그러나 거기엔 그런 것이 없다.”
사람의 삶에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그 어른이 좋다는 하와이를 우리 어머니는 싫다하시고, 이쪽 어른은 그 아름답고 가족의 사랑이 있는 오리건이 싫고 이 쬐그만 시골 하와이가 좋다고 하신다. 두 분에겐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말 벗 친구의 필요성이다. 자신의 세계 속에 구축되어있는 친구의 세계다.
친구, 그가 없으면 모든 재물 명예가 헛것이고 그가 있으면 헐벗은 나무나 시장 통 생선가게 기름 가게도 아름답게 보인다.
그러나 친구 하나 만들려면 긴긴 시간과 깊은 정성을 투자해야 한다. 어머니는 이곳에서 고작 성당에 가셔서 미사만 드리고 금방 오시는걸. 스스로 이런 저런 미팅에도 참석하고 이런 사람 저런 사람과 푸지게 앉아 얘기하고 그러면서 씨줄 날줄 정분 엮어가며 견실한 우정을 짜내어야 하지 않나.
그런데 때로 믿었던 지인으로 부터 상처받는 경우가 있고 때로 전혀 마음에 없었던 지인으로 부터 도움과 평안을 받을 때가 있다. 인간적인 판단으로 가늠키 어려울 때가 있다.
누구도 대인관계에 한순간 힘겨운 시간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이럴 땐 산과 물의 너그러운 포용의 여유가 좋다. 비바람 속에서도 견고하게 우뚝 서있는 산처럼, 바위와 돌과 풀뿌리 걸림돌이 있어도 비껴 돌아 막힘없이 흐르는 물처럼, 그들의 존재의 모습이 좋다. 어느 때 상처받는 순간이 있다면, 다급하고 갈급한 상황에 있다면 아무 불평 없는 그들의 여유를 보게 된다. 한 카페의 글을 옮긴다.
어린 시절 이후로 팔베개를 하고 누워 구름을 올려다 본적이 있었는가?
세상과 더불어 행복하고 느긋하며 평온한 기분을 느끼려면 팔짱 끼고 뒤로 물러앉아 삶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따라 가도록 관망할 수 있어야 한다.
산은 산처럼 살라하고 물은 물처럼 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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