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酪駝) 를 타고 가리라.
저승길은, 해와 달과 별과 모래 밖에
본 일이 없는 낙타를 타고
세상사 물으면 짐짓, 아무 것도 못본체
손 저어 대답하면서,
슬픔도 아픔도 까맣게 잊었다는 듯,
누군가 있어 다시 세상에 나가란다면
낙타가 되어 가겠다 대답하리라.
해와 달과 별과 모래만 보고 살다가,
돌아 올때는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람
하나 등에 업고 오겠노라 고,
무슨 재미로
세상을 살았는지 도 모르는
가장 가엾은 사람 하나 골라
길동무 되어서.
- 신경림(申庚林)
이 시는 화자(話者)속 시인의 심경을 잘 묘사하고 있는 바 한세상 흐름을 따라 저승길로 갔을 때 만일 그가 이 세상으로 되돌아오게 된다면 해와 달과 별과 모래밖에 본 일이 없는 저 낙타(酪駝)로 환생해서 이 세상에서 가장 버림받아 가엾게 살아온 사람 하나를 등에 업고 돌아오겠다는 연민의 정에서 그 심경을 잘 찾아볼 수 있다고 본다.
신경림(申庚林)시인은 1936년 4 월 6일 충북 충주 출신으로 동국대학교에서 수학했고 1956년 [문학예술] 잡지에 <갈대>를 비롯한 시들이 추천되어 등단했다. 한때 시작을 중단한 적이 있었지만 청계천과 동대문 낡은 책방을 전전하면서 백석의 ‘사슴,’ 이용약의 ‘낡은 집’ 등의 시집을 구해 읽으면서 생각이 바뀌어 1971년 [창작과 비평] 가을호에 <농무(農舞)>, <전야(前夜)>, <서울로 가는 길> 등을 발표하면서 다시 문단에 복귀하게 되었다고 한다. 특히 회심의 획기적인 계기가 된 것은 일본작가 카와카미 하지메(河止肇)의 ‘가난 이야기’를 읽고 난 후라고 전한다.
경력으로는 1975년 고은, 백낙청, 박태순, 이문구, 염무웅 등과 함께 자유실천문인협의회 창립, 1983년 민요연구회 창립, 1987년 민족문학작가회의 민족문학 연구소 소장, 1988년 한국민족 예술인 총연합회 창립 및 사무총장, 1991년 민족문학 작가회의 회장 및 한국민족 예술인 총연합 공동의장 직을 역임한 바 있다. 수상경력으로는 1974년 제1회 만해문학상, 1981년 제8회 한국문학 작가상, 1990년 제2회 이산 문학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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