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에 있는 후배 가족이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 일반적인 교통사고가 아니라,끔찍하리만치 어마어마한 교통사고였습니다. 여름방학을 맞은 딸을 위해서, 후배가족은 동해안에서도 절경에 위치한 고급 콘도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휴가가 끝날 즈음, 자기가 소유한 회사에서 급한 일이 있어 후배는 비행기로 상경했습니다.
부인과 16세된 외동 딸은 대관령을 넘어 운전을 하며 서울로 향했다 합니다.
항상 그렇지만 운전을 하며 가는 휴가는 돌아 올때가 문제입니다. 그날도 휴가후 상경하는 차량아 많아 춘천까지 오는데도 세시간 반이 걸렸다고 합니다. 사고는 그때 발생했습니다. 이미 밤 열시가 넘어 피곤에 지쳐 있던 부인은 빗속에서 장거리 운전의 경험이 적어서 였는지 깜빡깜빡 졸아가며 운전을 하다가, 그만 중앙 분리선을 넘어 맞은편에서 오는 트럭과 정면으로 충돌하고 말았습니다. 부인은 현장에서 사망했고 옆에 탔던 외동딸은 세번의 수술을 받아 겨우 생명은 구했으나, 하반신이 마비되어 평생을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한답니다.
후배의 전화를 받고 서울로 날아간 나에게 이 애절한 사연을 이야기하며 후배는 거의 실신상태였습니다. 위로할 말을 잃은 나도,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의 손을 잡아주며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위로해주며, 딸이 입원해 있는 병원의 근처에 있는 한 호텔에 머물며 이틀을 함께해 주었습니다. 이틀 후 인천공항으로 떠나며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이 한마디 뿐이었습니다.
“아픔없이 살아온 삶이 없듯이, 시간 속에 무디어지지 않는 아픔도 없어. 힘내. 세월이 약이야.”
그러나 놀랍게도 신앙이 깊은 후배는 이미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만난 첫날까지도 “이제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야하나”하며 절규하던 후배는 비록 평생을 휠체어를 타고 살아야 하는 딸이지만, 그저 그 딸이 살아있다는 것 때문에 기쁨과 감사의 눈물을 흘리고 있었습니다.
이틀만에, 낙담과 절망의 눈물에서 기쁨과 감사의 눈물로 바뀐 것은 정말로 기적같은 일이었습니다.
비록 장애자가 되었지만,사랑하는 아내와의 사이에서 얻은 유일한 피붙이인 자기 딸을 위해 이제 더 열심히 살아야 겠다는 각오를 새롭게 했다는 것입니다. 한때는 뼈를 녹일 것 같은 아픔이나 슬픔이었을지라도, 그는 이미 그 아픔과 슬픔의 계곡을 넘어, 기적처럼 살아남은 자기 딸을 위해 평생을 다하겠다는 의지에 불타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세월이 흐른 어느때, 건강을 회복한 그 외동딸의 휠체어를 밀며 아름다운 호수공원을 산책하고 있는 그 부녀를 생각하며, 그가 힘들고 어려웠던 일을 잊어버린채 신앙속에서 얻은 그 소망으로 인하여 기뻐하며 살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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