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성경에 나오는 욥기에 관한 이야기였죠. 욥기, 하면 고난이고, 고난, 하면 할 말이 산떼미인 우리입니다. 그날 몇 시간에 걸쳐 나눈 이야기들이 아주 고난의 박람회였습니다. 그런데 고난은 다분히 상대적인 것이더군요. 욥과 같이 자타가 공인하는, 고난의 모양새를 골고루 갖춘 고난다운 고난뿐만이 아니라, 별 고난스러워 보이지 않는 것일지라도 어떤 사람에게는 굉장한 고난일 수 있겠다 싶은 생각도 해 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하여간 그런 고난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던가 하는 것이 그날의 주제였죠.
나는 그럴 때마다 ‘당연한건 없어!’ 라고 내 자신에게 말해. 한 친구가 불쑥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어려서부터 다분히 철학적이었다는 본인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말들을 평소 간간히 피력함으로 제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드는 그런 친구입니다. 무슨 말인가 싶어 그 친구를 쳐다보는데 부연 설명인즉슨, 자신에게 항상 좋은 일만 일어나는 것이 당연한 게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는 것으로 탈출구를 삼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남편이 당연히 돈을 잘 벌어와야 하고, 당연히 내게 나이스해야 하고, 아이들이 당연히 건강해야 하고, 저 사람은 당연히 내게 잘 해야하고...
’당연히’라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고통이 시작된다는 도통한 말이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당연한 것이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기에 얼마든지 사라지고 변할 수 있는데, 그러면 그때부터 우리는 고난의 거적데기를 쓰게 되기 때문이라는 거지요.
당연한건 없어… 지당한 말입니다. 제가 얼마나 많은 당연하지 않은 것들을 당연히 생각하고 있었던지요. 그래서 학창시절 물리성적이 형편없었던가 봅니다. 원리는 모르고 그저 들입다 외우기만 하다가 나중엔 모든 공식이 그저 당연하게만 생각되었으니 말입니다.
감사의 계절입니다. 이 감사의 계절에 당연한 것 처럼 보이지만 결코 당연하지 않은 감사의 제목들을 꼽아봅니다. 어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적이라고 아니할 수 없습니다. 생각을 안하고 살다보니 모든게 그저 당연하게 느껴졌을 따름인거지요. 그러고보니 어느 사모가 말씀하신 치명적인 이브의 죄를 제가 또 짓고 살고 있었습니다. 생각의 게으름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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