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법 똑같아 제자 작품과 구별 난제… 게티센터 이색전
‘렘브란트와 제자들의 드로잉: 차이를 말하다’
2월28일까지 다양한 심포지엄도 열려
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화가 렘브란트(Rembrandt1, 606~1669)는 ‘빛의 화가’ 혹은 ‘혼의 미술가’라고 불린다. 화려한 붓놀림과 풍부한 색채, 하늘에서 쏟아지는 듯한 빛과 어두움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강렬한 힘과 내면의 통찰력, 종교적 권능을 탁월하게 표현했던 그는 종교화, 신화화, 초상화, 풍경화, 풍속화 등 모든 종류에 걸친 작품을 남겼다. 현존하는 작품은 유화 약 600점, 에칭 300여점, 드로잉 1천수백점으로 알려져 있다. 렘브란트는 암스테르담에서 40여년간 스튜디오를 운영하며 50여명의 학생을 가르쳤던 인기 있는 미술교사였다. 그는 제자들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충실히 따르도록 지도했고, 학생들도 그의 기법을 열심히 배우면서 사제지간이 아주 친밀한 유대관계 속에 수천점의 드로잉을 남겼다. 그런데 이것이 훗날 지금까지 300년이 넘도록 풀지 못한 골칫거리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렘브란트가 죽고 난 후 그의 스튜디오에서 나온 수많은 드로잉이 모두 렘브란트의 작품인지 제자들이 그린 것인지 아무도 정확히 알 수가 없게 되었다. 당시에는 유화나 판화가 아닌 소묘에는 사인을 하는 일이 드물었고, 같은 대상을 놓고 선생과 제자가 함께 스케치하여 비슷비슷한 작품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지난 30년 동안 네덜란드 정부는 전 세계 수많은 미술 전문가들을 동원하여 이 난제를 풀기 위한 작업을 벌여왔다. 그리고 그 결과 이제까지 렘브란트의 그림으로 알려졌던 수백점의 작품이 그의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고, 이 해독작업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 동시에 렘브란트의 것이 아닌 작품들은 과연 제자들 중 누가 그린 것인지를 밝혀내는 일도 진행되고 있다.
설명이 너무 길었는데, 이러한 재미있는 작업을 보여주는 전시가 오는 8일부터 내년 2월28일까지 게티센터에서 열린다.
‘렘브란트와 제자들의 드로잉: 차이를 말하다’(Drawings by Rembrandt and His Pupils: Telling the Difference)란 제목의 이 전시는 103점의 드로잉을 선보이는데 이중 53점이 렘브란트의 것이고 나머지 50점은 15명의 제자들의 것이다. 그런데 나머지 50점 중 27점이 렘브란트의 것으로 알려졌던 것들이다.
렘브란트는 드로잉을 중요하게 가르쳤고 자신이 그린 것을 학생들이 모방하도록 했다. 그는 학생들과 함께 스튜디오에서 누드모델을 그리기도 했고, 다 같이 야외로 나가 자연과 풍경을 스케치하기도 했으며, 같은 성서의 주제를 놓고 함께 그리는 작업도 많이 했다. 바로 이런 교육방식 때문에 남은 작품들의 스타일이 거의 비슷해 작가 확인이 더 어려웠던 것이다.
전시는 먼저 렘브란트의 스타일(스케치 방식과 선 그리는 스타일, 빛의 묘사법 등)을 보여주고, 이어 비슷한 드로잉 쌍들을 나란히 병치하여 보여준다. 왼쪽은 렘브란트의 것, 오른쪽은 제자가 그린 것으로 사실상 일반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어느 것이 대가의 것인지 알 수가 없는 작품들이다. 전시는 익명의 제자의 작품으로 끝나는데 이것은 앞으로도 계속 확인 작업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전시와 관련된 강의와 심포지엄도 수차례 열린다. 12월13일 오후 3시에는 이번 전시의 공동 큐레이터이며 암스테르담 리즉스뮤지엄 판화부 수석인 피터 샤트본의 강의가 있고, 2010년 2월2일에는 네덜란드 총영사관이 후원하는 국제 학자들의 심포지엄이 하루 종일 열리며, 2월28일에는 옥스포드의 애쉬몰리언 뮤지엄의 디렉터 크리스토퍼 화이트가 진행하는 렘브란트와 프란스 할스-17세기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두 화가에 대한 비교 강의가 예정돼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갤러리 코스, 아티스트 토크, 영화, 퍼포먼스, 드로잉 클래스 등이 열린다. 게티센터는 입장이 무료이며 예약하지 않아도 된다.
문의 (310)440-7300, www.getty.edu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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