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캘리포니아로 온지 얼마 안되어서, 집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끼고 놀랐던 적이 있다. 그 후로도 가끔씩 지진이 나는 것을 경험해 왔지만, 다행히 별탈없이 잘 지내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다.
며칠 전 베이지역에 큰 지진이 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얼마전 보았던 “2012” 란 영화가 떠올랐다. 대지진이 일어날 것이라 예측했던 한 과학자는 이 사실을 세상에 공개하려고 하지만, 권력과 부를 가진 이들은 이를 은폐하고, 현대판 노아의 방주에 그들이 탈 수 있도록 준비를 하면서, 재난 직전까지 세상을 향해서는 위선과 거짓 정보로 일관한다. 아무것도 모른 채 평화롭게 일상을 살아가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갑작스런 천재지변에 미처 피할 틈도 없이 생명을 잃어버리고 만다. 어떤 이들은 죽음이 가까이 다가왔음을 알면서도 담담하게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지막 연락을 하며 침착하게 삶을 마무리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안부 전화를 하는 모습에서 가슴이 시리도록 저며왔다.
요즘 집 앞에서 한밤중에 새들이 평소와 다르게 울던 것과 영화에서 동물들이 큰 재난 전에 이상행동을 보이는 장면이 겹치면서 지진에 대한 소문을 다시 생각해 보았다. 내일 갑자기 큰 지진이 나서 대재난의 한 가운데 서있게 된다고 가정을 해보니, 돈도 권력도 없는 나는 위험을 피하기 위해 미리 방주에 탑승할 수도 없을 것이고, 어디가 안전한지도 몰라서 피난을 갈 수도 없다. 생사가 엇갈리는 마당에 딱히 지금 할 수 있는 일도, 해야할 일도 없는 것 같다. 그저 평소와 같이 사랑하는 가족과 맛있게 식사를 하고 오손도손 시간을 보내면 될 것 같다. 그리고, 내가 평소에 아끼고 보고 싶었던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인사 정도는 하고 싶다.
우리는 한치 앞도 어떻게 전개될 지 알 수가 없는데, 앞날에 대한 괜한 불안감으로 소중한 오늘의 삶을 허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 스피노자가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오더라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는다”고 말한 것처럼, 하루하루 현재의 삶에 만족하며 후회없이 열심히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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