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한인교회협의회(회장 김성도 목사)가 지난 17일 열었던 35대 재정이사회는 여러 면에서 관심을 끌만 했다. 우선 40명이 넘는 대규모 이사진이 역대 회장단을 훨씬 능가하는 숫자였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이날 모임 분위기도 사뭇 달랐다. 거절할 수 없는 요청에 그저 이름만 걸어놓겠다는 이사들의 태도는 아니었다. ‘열심히 돕겠다’는 듯한 진지한 자세들이었다. 새 이사 영입에 앞장섰던 박상근 변호사는 “이사들이 500달러씩 협조하면 교회협이 예상하는 내년 사업 경비 2만여달러가 충분히 마련된다”고 직설적으로 후원을 요청했다. 사뭇 거북하게 들을 수도 있는 발언이었는데도 참석자들이 웃으며 넘긴 건 왜일까?
“새 회장단이 품고 있는 순수한 비전의 힘이 아니겠느냐”는 게 교회협 주변 사람들의 분석이다.
지난 10월 취임 후 바로 발표된 워싱턴교회협의 신년 계획을 살펴보면 이러한 견해가 크게 틀리지 않았음이 증명된다. 1월 8일과 9일 예수전도단 워십 캠퍼스팀 초청 찬양집회를 시작으로, 5월 어린이 찬양제와 청년 연합 찬양축제, 6월 청소년 연합수련회 등 내년 전반기는 그야말로 ‘차세대’를 위한 사업들로 가득 차 있다. 물론 부활절 연합새벽예배, 동포 복음화성회, 중보기도 컨퍼런스 등 전통적으로 해왔던 사업들이 없어진 것은 아니지만 무게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는 확연히 드러난다. 차세대 사업들은 그저 주최만 한다고 되는 게 아니고 효율적인 취지 홍보와 적지 않은 경비, 동원 등 실제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아서 일년 임기의 회장단이 해내기에는 무리가 아니냐고 우려하는 눈도 있지만 교회협은 반대로 단지 차세대 사업들을 일회적인 행사로 끝내지 않겠다는 의욕을 보여 더욱 주목된다. 즉 ‘신앙의 세대 잇기’ 작업의 기초를 제대로 놓으려면 일만 벌려 놓아서는 안되고 더욱 확대되고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 하겠다는 뜻.
이러한 목적 달성을 위해 교회협은 우선 비영리단체 등록을 통해 기금 모금과 운영이 투명하고 활발해지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박상근 이사는 재정이사회에서 “조만간 비영리 등록이 끝날 계획”이라며 “앞으로 후원자들이 세금 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년들을 위한 찬양 집회도 행사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교회협은 이번 예수전도단 초청 공연이 워싱턴 메트로 지역 한인 청년들에게 새로운 영적 자극제가 됐으면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청년들이 행사 준비에 적극 참여해주는 것은 물론 서로 협력하고 힘을 모으는 가운데 1세들이 갖지 못했던 비전과 이상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교회협은 예수전도단 찬양집회가 성공적으로 종료되면 이 때 받은 추진력을 이용해 워싱턴 전체를 아우르는 연합 모임이 발족되도록 하고 이들이 중심이 돼 5월에 첫 청년연합 집회를 여는 구상을 하고 있다.
김성도 목사는 “청년 연합 모임의 목적은 매년 거창한 행사를 여는 게 아니라 세상에 도전하는 기독청년 문화를 창출해 가는 것”이라며 “교회에 피해를 줄 만큼 상설 조직화할 필요 없이 시대를 바꿔가는 하나의 ‘운동’으로서 발전해 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청년 연합, 와스포(WASPAW) 등 이미 활동하고 있는 청년 모임들과의 충돌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게 교회협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총무 차용호 목사는 “교회협이 밀어주는 워싱턴 청년 연합 모임은 기존 단체들을 강압적으로 통제하는 단체가 아니다”라며 “오히려 우산처럼 보호해주고 지원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년 부흥’의 꿈의 실현시키기 위해 교회협은 벌써 행보가 바빠졌다. 21일 회장단은 주요 청년 모임 대표자들을 만났고 내년 1월 4일 저녁 6시 와싱톤한인교회에서 열린 신년하례예배에서는 참석자들에게 예수전도단 찬양집회 등 차세대 사업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후원을 요청할 계획이다. 워싱턴 청년연합회 발족을 위한 준비 모임은 1월17일(일) 오후 5시 서울장로교회에서 갖기로 했다.
김성도 목사는 “청년들의 건전한 만남을 주선하는 등 생각해보면 이들을 위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은 너무나 많다”며 “교회협은 각 교회들이 혼자 할 수 없는 일들을 개발해 돕는 단체의 위상을 분명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워싱턴교회협이 품은 ‘청년 연합과 부흥’의 비전이 모든 교회들이 스스로의 울타리와 한계를 넘어서 함께 ‘주의 몸’과 ‘하나님 나라’를 세워가는 계기로 연결돼야 한다는 생각이 저변이 있음을 볼 수 있다. 무한 경쟁과 성장주의, 물질주의를 버리고 협력 목회, 공동체 목회의 패러다임이 절실한 상황에서 교계가 35대 회장단의 활동을 주의깊게 지켜보는 이유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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