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이 철없이 밝기만 한 학생으로 나를 생각하던때가 있었다. 그때 한 교수님이 지나치는 말처럼 ‘상처없는 영혼이 어디 있느냐’고 말하셨고, 나는 교수님이 나를 잘 알고 계시는구나 싶어서 고마웠던 기억이 난다. 광주에서 온 학생은 민주 항쟁의 기억에서, 신부님을 사랑했던 선배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아픔으로, 혹은 집 나간 소설가 아버지때문에, 다들 무언가 스토리가 있는데 나는 참으로 평범한 학생이었고, 잘 웃는 성격때문에 그저 철없고 밝기만해 보였다. 하지만 때로는 그 스토리 없음이 상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시기였다.
최근에 읽은 두권의 책이 사람들의 상처와 치유 혹은 위로에 대한 책이었다. 소위 말하는 386세대에 속하는 두작가는 20년전쯤 장편 소설로 문단에 알려졌지만 내용은 참 많이 달랐던 것으로 기억된다. 공지영의 책 ‘괜찮다 다 괜찮다’와 김형경의 책 ‘좋은 이별’. 공지영의 책은 인터뷰를 책으로 묶은 것이고, 김형경의 것은 세번째 심리 치료 에세이이다. 자신의 상처를 말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건강한 정신이 된다는 것이 두 작가가 강조하는 바인데, 자신의 상처에 대해 말하는 방식은 많이 달랐다. 공지영의 경우 나름 씩씩하고 솔직하게, 김형경의 경우 조근 조근 차분하게 그리고 분석적으로.그렇게 얘기하고 또 치유하고 있었다.
친구 중에 어려운 일이 있을때마다 그일을 코미디로 만들어 우리를 웃겨주던 친구가 있다. 첫 아이를 유산하고 병원에 누워 있을때 조차 문병 간 친구들을 얼마나 웃겼는지 다녀 온 친구가 “위로 하러 갔는데 눈물나게 웃고 왔어. 그렇게 힘든 일을 얼마나 웃기게 얘기하는지…원래 애가 밝잖아.” 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그러면 안되는거 였다는걸 이제 와서 깨닫는다. 지금에 와서 우울증으로 약을 먹는 그 친구를 바라 보며 후회 한다.아프다고 얘기해도 된다는걸, 슬프면 울어야 한다는 걸 그때 가르쳐줄껄 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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