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70년대에 아주 친하게 지내던 미국인 부부가 있었다. 난 자주 친구 집을 방문했고 그들의 집안 일을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께도 인사를 하며 친하게 지냈다.
어느날 아주머니께서 미국인 부부의 옷을 세탁해 접으시며 하는 말씀이 가난하게 사는 자신도 벌써 쓰레기통에 넣었을 정도로 다 헐어빠진 구멍난 속옷들을 빨아 놓으면 또 입고 빨아 놓으면 또 입기 때문에 버릴 수도 없고 버리라고 말을 하기도 뭐하다고 하시는 것이었다. 그러시며 혼잣말처럼 그렇게 검소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남의 나라를 많이 도와줄 수 있는 것 같다고 하셨는데 난 그 말이 머리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남을 도와주는 사람의 모습이 그래야 한다는 생각에 나도 옷에 있어서만큼은 낡고 닳을 때까지 열심히 입는 편이다.
하지만 나는 어려서부터 검소한 생활과는 좀 거리가 있는 교육을 받았다. 공부하는 데는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엄마의 의지에 따라 책이나 참고서를 충분히 사는 것은 물론 원하면 어떤 학원이나 과외도 서슴지 않고 다닐 수 있도록 돈을 충분히 주셨다.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라지만 공부가 전부인 학창시절에 돈이든 학용품이든 나는 공부에 조금도 아끼지 않고 써도 되는 검소한 생활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던 것이다.
물론 엄마가 강조한 것은 공부의 중요성이었지만 내가 듣고 이해한 내용은 좀 엄마의 뜻과 꼭 일치하지는 않았다. 지금도 몇 쪽에 달하는 글이든 프린트하고 나서 한 글자라도 고치면 또 다시 새 종이에 몇번이고 전체 내용을 프린트하며 종이를 낭비하기도 하고 노트를 써도 한 면만을 쓰고 뒷면은 절대로 쓰지 않는 나쁜 버릇이 있다.
그렇게 어려서부터 검소한 생활이 무엇인지 모르던 나는 아껴쓴다는 것이 실생활에 얼마만큼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몰랐다. 그런데 얼마전에 처음으로 숫자로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평소에 난 조금만 더워도 ‘공부’하는데 지장이 온다며 계절을 따지지 않고 에어컨을 켜 대거나 사방에 불을 환하게 켜 놓는 버릇이 있다. 부시 전 대통령이 벽난로를 좋아해 여름에도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고 벽난로를 즐긴다는 말을 충분히 이해하는 나는 상당한 전기료를 내는 것을 당연시 했다.
그런데 지난 여름부터 조금 더울 때 옷을 벗고 조금 추울 때 옷을 입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그 이유는 갱년기를 지나며 갑자기 더워지는 내 몸과의 싸움에 지는 것이 싫어서 옷을 입고 벗는 것으로 조절해 보겠다는 의지였다. 그런데 옷을 몇번 입고 벗는 행동으로 전기료가 무려 25% 정도 낮아진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처음으로 전기 소비량을 줄이기 위해 백열전구를 형광전구로 바꾸라는 캠페인이 생각났다. 내친 김에 집안에 있는 백열전구를 모두 다 형광전구로 바꾸어 버렸다. 어쩜 남들은 이미 다 알고 검소함을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나만 너무 모르고 산 것 같아 창피한 생각이 든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한번 검소한 쇼핑을 한 적이 있긴 있다. 미네소타에서 공부를 할 때 자원봉사를 하던 장애인 기관에서 골프강습이 있었다. 코치가 다음 첫 연습날까지 7번 아이언을 구입을 해 가지고 오라고 했다. 나는 그날로 굿윌 (Good Will)이라는 재활용 물건들을 파는 상점에 가서 1달러를 주고 ‘검소한 구입’을 했던 것이다.
굿윌은 유학생이면 누구나 처음 살림장만을 하는 곳이고 미국인의 생활을 가장 가까이 엿볼 수 있는 곳이라 거기에 진열된 이런저런 물건들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라 나도 자주 가던 곳이다. 굿윌은 사람들이 한번 쓰고 난 용품을 기부받아 재활용하여 싸게 파는 기관이다. 자녀들에게 검소함을 가르칠 수 있는 좋은 곳이고 또 집안에 쓰지 않는 물건이 있으면 자녀들과 굿윌을 방문에 기부하는 경험을 가르칠 수 있어 좋다. 굿윌에서는 기부받은 물건들을 재활용하는 모든 과정에 일어나는 활동을 통해 장애인에게 실질적인 일을 가르치는 곳이기때문에 남을 돕는 좋은 기회가 된다.
김효선 교수
<칼스테이트 LA 특수교육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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