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드컵은 스포츠용품 기업들의 치열한 홍보 전쟁터
월드컵은 축구팀들만의 전쟁이 아니다. 각국 대표팀 선수들에게 유니폼을 제공하며 후원하는 스포츠 기업들의 브랜드 전쟁이기도 하다. 월드컵 공식 후원기업인 아디다스, 그리고 뒤늦게 뛰어든 나이키가 치열한 주도권 쟁탈전 끝에 각국 선수들에게 자사 브랜드의 유니폼을 입혔다. 월드컵은 연인원 400억명이 시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선수들이 운동복을 입고 뛰는 자체로 엄청난 홍보 효과를 누리게 된다.
아디다스와 나이키 각각 10여 대표팀 후원
유니폼 입는 조건으로 연간 수천만 유로 지원
2010 월드컵 마케팅 전쟁은 오는 11일 멕시코와 남아공이 첫 경기를 하기 3년 전에 이미 시작되었다. 미국의 운동화와 운동복 제작사인 나이키가 영국의 축구 용품업체인 엄브로를 매입하면서 부터였다. 영국 국가 대표팀의 오랜 후원기업이었던 엄브로 매입과 함께 나이키는 아디다스에 도전장을 던졌다. 독일의 축구용품 기업인 아디다스와 유럽 홈구장을 두고 경쟁을 벌이겠다는 선언이었다.
그 결과 두 기업의 세계 축구계 후원은 과거 어느 때보다 비등해졌다. 축구팀 후원은 전 세계 팬들에게 월드컵 셔츠를 파는 수억 달러 시장이 달린 어마어마한 판권이다.
이번 대회 출전 32개 국가 팀 중 개최국 남아공을 비롯해 프랑스, 아르헨티나, 독일, 스페인 등 우승 후보가 포함된 12개국은 아디다스 로고가 붙은 셔츠를 입고 뛴다. 아디다스는 월드컵 공식 후원 기업이기도 하며 나이키에 비해 조금 앞선 위치에 있다.
1996년 브라질과 후원 계약을 맺으면서 뒤늦게 국제 축구 무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나이키는 이번 월트컵에서 우승 후보팀들을 포함한 10개국 팀을 후원하고 있다. 나이키가 산하 엄브로를 통해 영국 국가대표팀과 맺은 후원 계약은 국제 축구 무대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꼽힌다. 연간 3,400만유로, 즉 4,070만달러의 후원이다. 그 다음 큰 규모로 나이키가 후원하는 국가는 브라질로 연간 2,200만달러를 후원한다.
인지도 면에서 아직은 아디다스가 나이키를 약간 앞서지만 나이키가 무섭게 추격하고 있는 추세라고 스포츠 마케팅분야의 한 전문가는 말한다.
나이키는 오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대비해서 이미 상당히 세를 넓혀놓은 상태이다. 프랑스와 7년 후원 계약을 한 것이다. 나이키는 프랑스 축구연맹에 연간 4,000만유로를 후원하기로 계약했다. 프랑스가 현재 아디다스로부터 받는 후원에 비하면 4배가 넘는 규모이다.
나이키가 유럽에서 눈독을 들인 것은 프랑스만이 아니다. 지난 2007년 엄브로 매입 이전 나이키는 독일을 아디다스로부터 빼앗아 오려고 시도했다. 프랑스에게 지급하는 만큼의 액수를 독일에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독일 국가대표팀은 아디다스와 계속 함께 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독일은 아디다스로부터 받는 후원금을 지금에 비해 겨우 두배로 늘렸을 뿐이었다. 연간 2,000만유로이다.
나이키와 아디다스가 이렇게 거액의 후원금을 뿌렸다고 해서 경쟁기업들을 다 몰아낸 것은 아니다. 두 기업이 경쟁적으로 자기편 만들기 싸움을 하는 동안 3번째 대기업인 푸마는 예기치 않은 어부지리를 챙기고 있다. 일종의 기회주의적 전략으로 푸마의 대표적 후원 대상인 이탈리아 팀의 경기 스타일과 비슷하다.
2010 월드컵 출전팀 후원을 위해 푸마는 올해 총 3,000만유로 정도를 쓰고 있다. 나이키와 엄브로를 합친 1억400만유로, 아디다스의 8,500만유로에 이은 세 번째 규모이다.
한편 푸마의 후원 계약 중에는 상당한 알짜가 포함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이탈리아 팀이다. 이탈리아 팀은 월드컵 챔피언 팀으로 전 세계적으로 팬들이 탄탄하다. 몸에 짝 붙는 아쭈리 셔츠는 패션에 관심있는 팬들에게 인기가 높다. 푸마는 단순한 스포츠 용품 공급업체에서 스포츠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하는 중이다.
푸마는 또 아프리카 국가 대표팀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마케팅 잠재력을 높이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남아공이 아프리카에서는 최초로 월드컵 개최국으로 선정된 2004년 이전부터 푸마는 아프리카 국가들을 후원했다. 1997년 카메룬과 후원 계약을 맺은 이후 계속 아프리카 팀들과의 관계를 강화해왔다.
그래서 2006년 월드컵에서 푸마는 월드컵에 출전한 5개 아프리카 팀 전체를 후원했고, 이번에는 6개 아프리카 국가팀 중 4개 팀을 후원한다. 남아공과 나이지리아는 아디다스의 후원을 받는다.
아프리카나 다른 개발도상국 국가들에 대한 후원은 유럽 국가들에 대한 후원처럼 경쟁이 치열하지는 않다. 그러나 월드컵은 전 세계가 지켜보는 대회인 만큼 승산이 낮은 국가팀 일망정 후원사로 나서면 홍보 효과는 대단하다.
스페인의 작은 운동용품 업체인 호마는 이번 월드컵 출전팀 중 한 팀인 온두라스를 후원하면서 기대가 높다. 올해 온두라스에서 40%, 온두라스 커뮤니티가 큰 미국에서 15%의 매출 증진을 기대하고 있다.
그 외 2010 월드컵 유니폼 후원 기업으로는 칠레를 후원하는 미국의 운동화 업체 브룩스와 일탈리아 스포츠용품 기업인 레제아가 있다. 월드컵에 처음 나서는 레제아는 북한 팀에 유니폼을 제공한다. 북한은 1966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출전한다. 월드컵 대회 이전 북한팀은 스페인의 아스토레, 중국의 에르크, 멕시코의 피르마 등 여러 브랜드의 유니폼을 입었었다.
레제아는 북한팀에 유니폼을 제공하면서 400만유로가 조금 못되는 액수를 후원했다고 회사 대변인은 밝혔다. 북한팀이 이길 승산은 없지만 북한의 경기는 전 세계에서 엄청나게 많은 시청자들이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맞서 싸울 팀이 브라질, 포르투갈이기 때문이다.
레제아 측은 국제무대에서 북한이 갖는 이미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우리는 그냥 운동복을 만드는 회사일 뿐이고 이미지와 사업을 전 세계로 확산시키는 것이 우리의 목표일 뿐”이라고 회사 대변인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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