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중순이었다. 우리 강아지가 정기검진 날이라 한 동물병원 들렸다. 내 앞에 두세 마리의 개가 대기하고 있었다. 강아지를 기르는 사람은 얼굴도 성도 아무 것도 몰라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다. 개주인과 대화는 그저 개 자랑이다.
대화를 중단하고 치료 끝난 개를 받아들고 의사와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얼마냐고 묻는다. 계산하더니 516달러라고 한다. 점잖게 생긴 중년부인이 조금 당황하는 듯하다. “이렇게 비싸요? 400달러면 충분할 줄 알았는데”라며 50달러짜리 8장 꺼내고 비상금으로 지갑구석에 100달러를 꺼낸다. 빈 지갑을 꺼내 보이며 “500달러밖에 없네요. 16달러 깎아 달라”고 한다.
그러나 의사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좌우로 내젓는다. 중년 부인은 또 다시 “선생님, 16달러는 다음에 가져오면 안 되겠습니까”고 물었다. 똑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중년부인의 평화스럽던 얼굴은 사라졌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차에 가서 찾아볼께요.”
5분도 더 걸렸다. 10분 만에 돌아온 중년부인이 돈을 낸다. 지폐는 한 장도 없고 1달러짜리 동전과 25전 짜리 동전 모두 합해서 16달러를 계산한다.
의사선생님 얼굴을 외면한 채 돌아서는 중년부인의 뒷모습은 차갑기만 하다. 그것을 보고 있는 나는 허탈했다. 16달러 깎아주던지, 아니면 “다음에 가져 오세요” 하고 정겹게 보낼 순 없었을까? 돈보다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됐으면 하고 생각해 보기도 한다.
내 일도 아닌데 한동안 머리에서 서운함이 지워지지 않았다. 내가 덤이나 에누리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해서 그런 것인가.
조상옥/ 자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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