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익어간다. 10월 달력에는 초가지붕 위에 둥근 박이 여물어가고, 돌담 따라 피어난 해바라기는 해님을 그리움으로 쫒다가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장독대 옆에 핀 봉숭아꽃은 누구의 손톱을 물 드리려 저리도 붉을까. 분홍색, 보라색 과꽃은 동요가사의 ‘시집간 누나’대신 친척 아주머니를 떠올리게 한다.
어릴 적 고향에서 살 때, 일찍이 남편을 여읜 친척 아주머니가 허름한 초가삼간에서 삼남매를 키우며 사셨다. 초가집은 들마루도 없고 방이라고 해야 서너 명이 다리 뻗고 앉기에도 비좁았었다. 그런데도 아주머니는 방이 아담하니 더욱 정답지 않느냐고 하셨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머니는 어려운 현실 속에서 분수를 지키며 보다 나은 삶을 추구하는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셨다. 홀몸으로 자식 셋을 양육하기에 벅찼을 터인데 언제 보아도 명랑하고 밝은 표정을 잃지 않으셨다.
정겨웠던 초가 풍경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첨단문명으로 편리한 생활과 안이한 습성에 젖어 살면서도 가을만 되면 고향풍경이 달콤한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아주머니의 초가삼간에서 함께 먹던 찐 고구마와 삶은 옥수수는 얼마나 맛있었던가.
조옥규 / 샌프란시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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