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광명성 3호 위성’ 발사가 임박했다. 북한은 자신의 위성을 12~16일 사이에 발사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북한은 위성발사라고 하지만 그것은 장거리 대륙간 탄도미사일 실험이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가 개최될 13일과 김일성의 100회 생일인 15일을 감안하여 북한은 가장 극적인 날을 택할 것이다. 2012년을 정치·사상·군사·경제에서의 강국이 될 강성대국의 원년이라고 선포한 북한으로서는 김일성의 100회 생일을 전후한 시점이야말로 최고의 상징성을 갖는다.
미사일 발사를 통해 정치적으로 북한은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진 혈통승계의 정통성과 유훈통치의 정당성을 재확인할 수 있다. 김정일의 유훈을 실현한 지도자 김정은의 업적도 부각할 수 있다. 이를 기반으로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추구할 수 있다. 대외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위성을 발사했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선전하고, 김정일의 경우처럼 경제에서의 강국을 실현하지 못한 탓을 미국과 남한으로 돌릴 수 있다.
미사일 발사는 북한에게 대외적으로도 유용한 카드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이 위성이 아닌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며, 그것은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발사’의 중지를 요구한 유엔안보리 대북결의안 1874호의 위반에 해당하는 중대도발 행위라고 지탄할 것이다. 북한은 기상관측과 통신을 위한 위성발사라 할 것이며, 주권 국가의 자주적·합법적 권리라고 맞설 것이다. 북한은 도리어 미국에 대해 핵동결과 식량지원을 약속했던 2.29 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촉구할 것이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건을 유엔안보리에 회부하여 추가 대북제재를 논의하게 될 것이다.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압박은 강화될 것이다.
이렇게 고조되던 긴장은 대화 국면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크다. 북한이 취해 왔던 벼랑 끝 전술로 보면 북한은 핵 활동을 재개하고 3차 핵실험카드를 빼들면서 국제사회를 압박할 수 있다. 실제로 북한은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미사일을 발사한 지 세 달 뒤에 1차 핵실험을, 2009년 4월 광명성 2호 미사일을 발사한 지 한 달 후에 2차 핵실험을 했다.
미국은 한반도의 지정학적인 부담과 대선을 앞둔 국내적 정세로 인해 북한의 핵 활동을 동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판단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 역시 내부적으로 김정은 체제를 공고화하는 효과를 이루었기에 미국과의 협상에서 추가적으로 경제지원을 얻어낸다면 긴장 국면을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이후의 정세가 이렇게 된다면, 그것은 이전의 긴장 국면에서 반복되었던 모습과 유사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그들로서는 나쁘지 않은 카드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 단기적 이득을 줄 뿐이다.
크게 보면, 북한의 실상은 3중의 고리가 악순환하는 뫼비우스의 띠이다. 미사일과 핵을 통한 정권안보의 추구, 국제사회에서의 고립, 총체적인 경제난의 심화라는 세 가지의 고리는 철저히 서로 맞물려 북한 스스로를 압박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을 통한 정권안보의 추구는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을 심화시키며, 이는 또 북한이 정권안보의 추구에 집착하여 더욱 모험적인 선택을 하게 만든다. 북한의 모험적 선택과 그로 인한 국제사회의 대북압박은 북한의 경제난을 가중시킨다. 이는 혈통승계의 정통성과 수령의 권력행사의 정당성을 위협할 것이다. 북한의 최대의 적은 내부적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은 미사일과 핵을 통한 정권안보 추구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내부경제를 활성화해야 한다. 그것은 악순환하는 뫼비우스의 띠에서 벗어나 선순환의 3중 고리를 만드는 길이다. 그것이야말로 주민들로부터 체제의 정당성을 인정받는 방법이다.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 국면을 주시하고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의 악순환하는 3중 고리를 선순환 시킬 수 있는 장기적 전략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창근/ 부산교육대 교수, 풀러신학대 방문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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