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근본은 바뀌기 어렵다는 의미로“피는 못 속인다” “출신은 못 속인다”는 표현이 주로 쓰인다. 전자는 유전적 요인, 후자는 후천적 요인과 관련된다.
억만장자 미트 롬니의 세상에 대한 이해가 어쩔 수 없이 ‘1%’ 부유층의 시각을 맴돈다면 그것은 피’의 탓일까‘출신’의 탓일까?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난 태생적 부유층, 베인 캐피털 등 기업 운영으로 부를 키운 사업가 - 롬니는 둘 다에 해당이 될 것이다. 부자가 아니면서 세상을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경험해볼 기회가 그의 생애에는 별로 없었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튀어나온‘부자스런’ 발언이 결국 그의 발목을 잡고 있다. 4개월 전 부자들의 사적인 기금모금 파티에서, 부자들끼리 오붓하게 부자들의 정서를 나누었는데 거기에 몰래 카메라가 있었던 것이다. 동영상이 17일 공개되면서 롬니 진영은 표 떨어지는 소리로 정신이 없고, 오바마 진영은 뜻하지 않은 횡재에 표정관리가 힘들다.
문제의 기금모금행사가 열린 것은 지난 5월17일 플로리다의 보카 레이턴에서였다. 선 캐피털 파트너스라는 투자회사의 최고경영자 마크 레더가 일인당 5만달러의 기금모금 행사를 자택에서 열었다. 하룻저녁에 5만 달러, 부부가 같이 갔다면 10만달러 - 서민들에게는 연소득이거나 몇 년의 소득에 해당되는 액수이다.
그런 돈을 부담 없이 내는 최고 부자들의‘비공개’ 행사이니만큼 롬니도 긴장을 풀었던 것 같다. 대선후보로서의 가면을 잠시 벗고 그들과 죽이 맞아 속마음을 털어놓았는데, 그리고는 잊어버린 그때의 발언들이 뒤늦게 공개가 되었다. 서민들로 볼 때는“저게 롬니의 진짜 모습이지” 싶게 서민들을 깎아내리는 내용이다.
그의 말인즉 미국민의 47%는 소득세 한푼 내지 않으면서 정부에 의존해 먹고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스스로를‘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 건강보험에서부터 먹을 것이며 집이며 무엇이든 공짜로 받으려들고, 정부가 자신들을 돌볼 책임이 있다고 믿는 이들은 오바마에게 표를 던질 터이니 자신은 상관 안한다는 내용이다.“난 그런 사람들 걱정 안한다. 각자의 삶은 개개인이 책임지며 스스로 돌봐야 한다고 내가 아무리 말해도 소용이 없을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래서 정부에 기대려고만 드는 서민 즉 오바마 지지층은 제쳐놓고 중도성향 5~10%의 ‘사려 깊은’ 유권자들에 집중해 캠페인을 하겠다고 그는 말했다.
롬니가 말하는‘47%’라는 수치는 세금정책센터(Tax Policy Center)의 자료를 근거로 한 것. TPC 조사에 의하면 지난 2011년 연방소득세를 내지 않은 가구가 총 46.4%에 달한다. 소득이 너무 적어서 혹은 은퇴 후 수입이 없어서 소득세를 내지 않은 케이스가 많은데 이들을 싸잡아 공짜만 바라는 몰염치한 사람들로 매도했으니 롬니로서는 변명할 말이 별로 없다. 복지혜택을 늘리는 큰 정부 보다 기업을 활성화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취지였다고 해명을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롬니에 대해 항상 의구심이 있던 중산층은“그러면 그렇지”하는 모습이다. 이렇게 서민에 대한 이해가 없이 어떻게 대통령이 되겠느냐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기업이라면 절반쯤 감원하고도 운영할 수 있겠지만 국민의 절반을 상관 않겠다면서 대통령이 되겠다니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 대선까지 50일, 롬니에게는 최악의 고비 중 하나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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