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접 안 먹어도 냄새만으로 포만감 더해줘 자연스레 식사량 줄게돼 혈당반응도 개선 영양 비슷한 카놀라유는 섭취 후 체중 늘어
■ 음식은 입뿐아니라 눈·코로도 먹는다
세계 최고 건강식으로 꼽히는 지중해 음식의‘핵’은 단연 올리브다.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식단에서 올리브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미식가들은 물론 식품영양학 전문가들조차 올리브를 빼놓은 지중해 음식은 상상하기 힘들다고 입을 모을 정도다. 올리브에는 산화를 방지해 주는 항산화물질과 혈압저하 역할을 담당하는 올레산, 그리고 심장을 보호하는 단일 불포화지방이 풍부하게 들어 있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 결과는 올리브유의 향기 역시 건강효과가 있음을 시사한다. 직접 먹지 않아도 그 냄새만으로 건강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원들은 다른 기름이나 지방과 견주어 보았을 때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이 식사 후 포만감을 높여 준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 오일은 최상급 올리브에 부가적인 열을 가하거나 혼합하지 않고 압착방식으로 만들어낸 기름으로 산도가 1%를 넘지 않는다.
두 번째 단계의 연구에서는 올리브유를 직접 섭취하지 않아도 그 냄새가 포만감을 더해주기 때문에 칼로리 섭취량을 자연적으로 줄여준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다. 칼로리 섭취량이 줄어들면서 혈당반응도 덩달아 개선됐다.
이미 널리 알려졌다시피 맛과 냄새는 서로 강력하게 연결된 감각이다. 앞서의 다른 연구는 특정 음식의 냄새 조작으로 사람들의 식사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예를 들어 디저트의 냄새와 향을 강화하면 먹는 양이 줄어든다.
요즘 수퍼마켓에 진열된 상품들은 ‘로우-팻’ 레벨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려든다. 저지방, 고단백 음식을 선호하는 ‘웰빙시대’의 증표다.
그러나 독일 식품화학연구센터의 식품영양학자 말테 루바크 박사는 로우-팻 음식만 고집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고 말한다. 저지방식만을 집중적으로 먹은데 대한 보상심리로 일반적으로 식사량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올리브유의 건강효과를 연구한 루바크 박사는 음식물의 맛과 향을 잃지 않은 채 지방 내용물만을 축소하는 방법이 있는지를 알기 원한다고 말했다.
루바크 박사는 이번 연구과정에서 올리브오일 생산업체들의 자금지원 제안을 거부했다. 관련 기업들이 제공하는 연구자금은 일종의 ‘쥐약’이다.
일단 돈을 받게 되면 해당 기업에 불리한 연구결과를 은폐하거나 슬그머니 축소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루바크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라드와 버터, 카놀라유와 올리브유가 포만감에 미치는 영향을 비교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라드는 돼지비계 기름이고 카놀라유는 캐나다산 유채 씨에서 추출한 식용유다.
올리브유에 비해 단일 불포화지방과 포화지방 함유량이 적은 카놀라유는 올리브유와 함께 다른 식용유들의 대체품으로 곧잘 권장된다. 건강효과가 좋기 때문이다.
루바크 박사 연구팀은 실험에 참여한 120명을 무작위로 다섯 개의 그룹으로 분류한 후 이들 모두에게 요구르트를 매일 500밀리그램씩 석 달간 지속적으로 마시도록 했다.
네 개 그룹에 제공된 요구르트는 앞서 말한 네 개의 지방 가운데 하나를 농축시켜 넣었다.
이들과의 비교를 위한 통제집단인 다섯 번째 그룹의 구성원들에게는 아무 것도 가미되지 않은 제로-팻 요구르트가 주어졌다. 연구원들은 실험 참여자들을 면밀히 관찰하는 한편 수시로 혈액검사를 실시했다.
실험 대상자들은 그들이 마시는 요구르트에 구체적으로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윤리적 이유를 근거로 연구원들은 요구르트에 네 가지 동식물성 지방과 기름 가운데 하나가 섞여 있다는 정도의 귀띔을 해주었다.
석 달 후 검사결과 올리브유 그룹에서 포만감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혈중농도가 다른 그룹에 비해 높게 나왔다. 또 이전에 비해 칼로리 섭취량이 줄어들었고 체중 증가 현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버터와 통제집단 구성원들도 몸무게가 증가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반면 카놀라와 라드 그룹은 실험이 진행된 3개월 사이에 체중이 불어났다. 이 그룹의 구성원들은 요구르트를 매일 복용하면서도 이전에 먹던 식사량을 그대로 유지했다.
연구팀을 가장 놀라게 만든 것은 카놀라유를 섞은 요구르트를 마신 사람들의 몸무게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카놀라유는 올리브유와 유사한 건강 성분을 지니고 있다.
흥미를 느낀 연구진은 이 같은 차이를 불러오는 이유를 규명하기 위한 2단계 연구에 들어갔다.
올리브유와 카놀라유의 영양분이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로 미뤄보아 건강효과 차이를 일으키는 요인은 다른데 있음이 분명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들을 두 팀으로 나눈 뒤 이들 모두에게 제로-팻 요구르트를 주었다. 이 중 한 쪽 그룹이 마시는 요구르트에는 올리브유 냄새 추출물이 첨가됐다.
그 결과 순수한 요구르트를 마신 쪽은 세로토닌 혈중농도가 떨어졌고 식사 후 포만감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의 칼로리 섭취량은 평소보다 하루 평균 176칼로리가 늘어났다.
이에 비해 올리브 오일 향이 가미된 요구르트를 마신 쪽은 스스로 칼로리 섭취량을 줄였으며 혈당조절을 측정하는 당부하검사에서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
연구원들은 올리브유 냄새가 초래한 건강효과가 헥사날을 비롯한 두 가지 방향 화합물에서 나온다고 밝혔다.
헥사날은 풀을 깎았을 때 나는 냄새와 흡사하며 이들 두 가지 화합물은 특히 이탈리아산 올리브유에 풍부하게 들어 있다.
루바크 박사는 이번 실험의 규모가 작았기 때문에 여기서 나온 결과를 바탕으로 일반적인 결론을 끌어오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즉 음식물의 생리적 임팩트는 눈에 보이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루바크 박사는 “지방산과 단백질, 탄수화물이 포만감에 느끼는 영향에 집중된 기존의 연구들과 달리 우리는 건강효과를 일으키는 그 이외의 다른 요인들을 살펴보았고, 이것은 이제까지 유례가 없는 시도였다”고 자평했다.
그는 “식사에 관한 우리의 인상을 완결 짓는 요소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임팩트를 지닌다”고 덧붙였다.
하긴 음식은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다. 눈과 코 등 다른 감각기관을 동원해 모양새를 보고, 냄새를 맡아야 비로소 음식을 온전하게 즐길 수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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