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63년 북 아메리카 대륙의 주도권을 놓고 벌인 영국과 프랑스와의 전쟁이 영국의 승리로 끝났을 때만 해도 13개 식민지가 영국에 반기를 들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재정이 고갈된 영국이 식민지 각종 인쇄물에 세금을 부과하는 ‘스탬프 법’을 통과시키자 식민지 주민들은 ‘대표 없는 과세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자 영국 의회는 한 발 물러서 이를 철회하고 대신 각종 물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타운센드 법’을 통과시켰으나 이 또한 반발이 심하자 철회하고 차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차 법’을 통과시켰다.
이에 대한 반발도 심했으나 이번만은 영국도 뜻을 굽히지 않았다. 영국 의회는 식민지에 과세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도 있었고 무엇보다 돈도 급했다. 1773년 영국 차를 실은 배가 보스턴 항에 들어오자 주민들은 이 배를 돌려보낼 것을 요구했으나 당국이 이를 거부하자 마침내 거사를 결정한다.
이 해 12월 16일 밤 스스로를 ‘자유의 아들들’(Sons of Liberty)이라고 부른 일단의 보스턴 시민들은 모호크 인디언으로 변장하고 배에 올라타 342 궤짝의 차를 바다에 버렸다. 이것이 ‘보스턴 티 파티’다. 이 소식을 들은 영국 의회는 크게 분노하고 보스턴 항을 봉쇄하는 한편 영국군을 보스턴에 주둔시켜 주민들을 탄압하기 시작한다.
이에 대한 반발이 심해지자 영국군은 1775년 4월 19일 보스턴 인근 콩코드에 있는 식민지 민병대의 무기고를 급습하기 위해 출동했다 렉싱턴에서 민병대와 충돌해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것이 독립 전쟁의 시작이다. 이렇게 보면 미국 독립 전쟁의 직접적 도화선이 된 사건으로 ‘보스턴 티 파티’를 들어도 무리는 없을 것 같다.
‘보스턴 티 파티’가 일어난 지 240년이 되는 올해 다시 한 번 ‘티 파티’가 화제에 오르고 있다. 17일 간 연방 정부가 문을 닫고 미국이 국가 부도 일보직전까지 간 것은 모두 이들 덕이기 때문이다. 공화당 내부의 강한 압력 단체 역할을 하고 있는 현대판 ‘티 파티’ 지지자들은 정치적 확신범이다. 이들은 내년부터 시행될 오바마케어야말로 국가 재정을 악화시킬 뿐 아니라 미국을 창업자의 비전과는 정반대인 사회주의의 길로 가게 만들 것으로 믿고 있다. 따라서 이를 막기 위해서는 정부 폐쇄건 국가 부도건 감수할 용의가 있다.
이런 티 파티의 태도는 많은 미국인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 내부에서 지금이 독립 전쟁 시기도 아닌데 이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은 오히려 공화당을 분열시켜 오바마와 민주당만 이롭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티 파티 지지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뉴욕 타임스 조사에 따르면 티 파티 지지자들 가운데 스스로를 노동자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26%로 미국 평균 34%보다 낮다. 중산층 50%, 중상류층 15%로 미국 평균 40%와 10%보다 오히려 높고 대졸자 23%, 대학원 이상 14%로 역시 미국 평균 15%와 10%보다 높다.
이들의 78%가 공화당을 지지하며 71%가 낙태와 동성애 결혼 등 사회적 이슈에 관해 보수적이다. 또 이들은 대체로 연방 정부가 과도하게 소수계를 보호하고 있으며 불법 이민에 미온적이라고 생각하고 리버럴 편향의 언론과 동서 해안의 엘리트들을 경멸한다. 한 때 미국 주류였지만 소수계와 이민자들의 득세로 신분에 위협을 느끼는 백인 중산층임을 알 수 있다.
한인들서는 이들 목소리가 반가울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이들 주장에 귀 기울일 점도 있다. 미국의 장래를 위협하는 국가 부채와 재정 적자에 대한 경고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가 부도는 어차피 시간문제고 이 문제가 남아 있는 한 티 파티의 목소리도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공화 민주 양당이 연방 정부 폐쇄를 풀고 국채 상한선을 올린 것도 시간을 벌어 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양당 지도자들은 하루속히 대타협을 이뤄 정부 폐쇄와 국가 부도를 놓고 벼랑 끝 협상을 벌이는 일이 연례행사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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