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을 하던 50대 중반 한인 김모씨 부부는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갔다. 미국에서 오래 생활해 어느 정도 경제적 기반도 잡고 시민권까지 받은 김씨 부부가 역이민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심장병이었다. 김씨는 평소 심장이 좋지 않았지만 부담스러운 비용 때문에 무보험 상태였다.
그러다 수술을 요하는 상황이 되자 한국에 나가 수술을 받았다. 친지의 주선으로 서울에 있는 유명 종합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1주일가량 입원 치료를 받은 후 미국으로 돌아왔다. 그가 병원에 지불한 돈은 약 2,500만원. 김씨는 “LA에 있는 의사에게 물어보니 내가 이곳에서 수술을 받았다면 20만달러는 족히 나왔을 것이라고 말하더라”고 밝혔다.
지병 때문에 평소 의료비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고 있던 김씨는 미국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한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한국에서 일할 기회가 생기고 두 딸이 동부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집을 떠난 것도 역이민 결정에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미국생활을 접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미주한인들이 늘고 있다. 24일 한국 외교부가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으로 역이민한 재외한인은 3,621명에 달했다. 이 가운데 미주한인은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한인들은 대부분 1세대 장·노년층이지만 젊은이들도 적지 않다. 인적 이동이 이뤄지는 데는 뚜렷한 시대적 상황과 이유가 자리 잡고 있다.
인적 이동에는 밀어내는 ‘유출요소’(pushing factor)와 끌어들이는 ‘유입요소’(pulling factor)가 함께 작용한다. 미주한인들의 역이민 추세에서도 이것이 확인된다. 미국에서 한국으로의 역이민은 2006년부터 늘기 시작하더니 금융위기가 엄습한 2007년을 기점으로 급증, 2011년 2,128명으로 11년 만에 최고치를 세웠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늘어난 역이민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한국이 이전보다 살기 좋은 나라가 됐다는 인식이 장·노년층을 중심으로 확산된 것도 이유다. 또 젊은이들의 역이민 결정에는 전반적으로 높아진 한국의 임금수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주 한인들을 상대로 의식조사를 해보면 역이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비율이 50%를 넘는다. 이들이 역이민을 고려하는 이유로 가장 많이 꼽는 것은 경제적 문제이다. 미국의 경기침체와 한국의 저렴한 의료비, 높아진 임금 등이 바로 여기에 해당된다.
‘수구초심’이라는 말이 잘 설명해주고 있듯 나이가 들수록 고향을 그리는 마음이 깊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여기에다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재외한인들의 편의를 위한 정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어 역이민 행렬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미국의 경제상황이 급속히 호전되고 의료시스템이 개선된다면 이런 추세는 주춤해질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볼 때 역이민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제는 미국으로 이민 오는 한국인들 자체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에는 1962년 해외이주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역이민 미주한인 수가 이민수속을 밟아 미국으로 온 사람 수를 넘어섰다. 그러더니 지난 해 미국에 이민 온 한국인은 채 500명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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