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는 정지된 것이 아니다. 영원히 계속되는 전진이다’-.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남긴 말이다. 자유에 대한 신념이 누구보다 확고한 정치지도자였다. 그런 그도 한 때 민주주의의 장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보였었다.
대공황과 함께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에서 민주정권이 잇달아 붕괴됐다. 1941년 무렵, 그러니까 유럽이 나치 히틀러의 위세에 숨죽이고 있을 때 전 세계의 민주체제는 11개 국가에 불과했다.
그 얼마 안 되는 민주국가들도 야만적인 전체주의의 흉흉한 물결에 곧 집어삼켜질 것 같은 불길한 예감에 루스벨트는 한 때나마 민주주의의 장래에 대해 비관론에 빠졌던 것이다.
20세기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과학의 세기’, ‘전쟁의 세기’ 등 정의는 여러 가지다. ‘민주주의의 세기’라는 정의도 가능할 것 같다.
나치제국의 본산지였던 독일이 민주국가가 됐다. 그리스, 스페인도 민주화 됐고 흑백차별주의로 악명 높았던 남아프리카도 민주체제로 변신했다.
민주화의 물결은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 등지로 확산됐다. 군사독재의 대표 격이던 아르헨티나가 민주화대열에 합류했다. ‘피플 파워’의 대두와 함께 아시아에서도 민주화시대가 열렸다.
그 뒤를 따른 것이 동구권의 민주화다. 소련이 붕괴되면서 폴란드, 체코 등 대부분 구 소련블록 국가들은 자유 국가로 급선회한 것이다.
20세기 전반부에 11개국에 불과했었다. 그 민주국가가 20세기가 끝난 2000년에는 120개국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국가 중 63%가 자유선거가 치러지는 민주체제가 된 것이다.
“권위주의와 전체주의체제의 실험은 실패로 끝났다. 민주체제는 마침내 승리를 거두었다.” 100개 나라 대표들이 모인 2000년 바르샤바 민주주의 월드포럼에서 채택된 선언문이다.
이 2000년을 기점으로 하나의 퇴행 비슷한 현상이 일기 시작한다. 민주화가 행진을 멈춘 것이다. 프리덤 하우스 보고에 따르면 2013년은 전 세계적으로 자유가 위축된 또 다른 한 해로 8년째 민주화 대장정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눈이 우크라이나에 쏠려 있다. 대통령 일가가 착복한 돈만 300억달러가 훨씬 넘는다고 했던가. 그 도둑정치(kleptocracy)체제가 마침내 무너졌다. 그러나 기쁨도 잠깐, 위기는 계속 되고 있다.
먹구름을 몰고 오는 장본인은 러시아의 푸틴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아니, 서두르는 느낌이다. ‘야만적 본능으로 회귀’하고 있다고 할까. 그 모양새가 지난 세기의 전체주의 체제를 빼 닮았다.
민주주의는 그러면 행진을 멈출 것인가. 일시적으로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결코 멈추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다. ‘우크라이나는 푸틴의 워터루가 될 것이다’- 그 말이 벌써부터 예언처럼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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