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나온 학자금 대출 관련 기사 두 개가 눈에 띈다. 하나는 학자금 대출에 의존하는 캘리포니아 대학생들 비율이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대학원 졸업생들의 평균 학자금 빚이 무려 5만7,600달러에 달하고 있다는 보도이다.
학비를 대출받은 캘리포니아 학생 비율이 지난 2002년에는 전체의 절반 정도였지만 2012년에는 무려 74%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학부 졸업생들의 빚 액수도 1인 당 2만달러를 넘어섰다. 대학원의 경우는 이보다 더 심각해 대학원 졸업생들의 빚은 2002년 평균 4만달러에서 2012년 5만7,600달러로 크게 늘어났다. 대학 졸업 후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대학원에 진학하는 경우가 증가했음을 고려하면 경기침체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기고 있는 셈이다.
학자금 빚은 이미 미국사회의 건강성을 위협할 정도로 위험한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해 말 현재 학자금 빚 총액은 1조800억달러에 달한다. 한 해 사이에 무려 1,140억달러나 늘어났다. 미국인들의 가계 부채에서 학자금 빚이 차지하는 비중은 모기지 융자 다음이다. 학자금 빚을 안고 있는 미국인은 4,000만명에 육박한다. 경제 상태는 나쁘고 빚 액수는 커지다 보니 대출 상환도 제 때 이뤄지지 못한다. 90일 이상 체납한 ‘심각한 채무 불이행’ 케이스가 11%를 넘고 특히 30세 이하 젊은 층의 연체 비율은 더 높다.
학자금 빚이 눈덩이처럼 늘어난 데는 지난 수십년간 계속돼 온 학비 인상이 가장 큰 주범이다. 이 기간 대학 학비는 매년 인플레와 실질소득 증가율을 훨씬 능가하는 속도로 올랐다. 그 결과 대학학비는 20년 전에 비해 4배 이상 비싸졌다. 그렇다고 대학 교육의 질이 이에 정비례해 좋아진 것 같지는 않다.
학생들이 치솟는 학비를 감당하기 위해 받은 학자금 대출은 졸업 후에도 오랫동안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공립대학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빚을 얻어 사립대학을 다녔던 학생들 가운데는 “학자금 빚이 내 인생을 망쳤다”고까지 하소연 하는 학생들이 많다. 액수가 많아 상환을 못하다 보니 크레딧이 망가지는 것은 물론 결혼 등 다른 인생계획들까지 꼬여 버리기 일쑤이다.
이런 처지에 있는 개인들이 급속히 늘어나면 그것은 사회적, 경제적 문제가 된다. 경제전문가들은 눈덩이처럼 늘어난 빚이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당장 갚아야 할 학자금 빚이 있는 사회초년생들은 저축을 하거나 다른 곳에 돈을 쓸 여력이 없다. 그러면서 부동산 시장을 지탱해 주는 한 축인 첫 주택구입자들의 수요가 흔들리게 되고 이것은 경기회복을 저해하는 요인이 된다.
급속히 늘어나는 학자금 빚은 미국의 장래에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심각한 문제이다. 학자금 빚이 미시적으로는 사회초년병 개개인들의 발목을, 거시적으로는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게다가 치솟는 학비 문제와 맞물려 미국사회의 바탕이 돼 온 계층 이동성을 저해하고 있다. 학비를 감당하기 힘든 저소득층 학생들이 대학교육 혜택에서 소외되는 현상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뇌관이 돼 버린 학자금 빚.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한편으로는 학비상승을 억제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경기회복을 통해 경제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요구된다. 그런 만큼 쉬운 과제가 아니다. 정부와 의회의 지혜와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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